'1박 2일' 야구장 해프닝으로 본 스포츠-연예 상관관계
OSEN 기자
발행 2008.09.20 10: 05

인기 예능 프로그램 KBS 2TV ‘1박 2일’이 부산사직야구장 방문으로 구설에 오르고 있다. 그런데 최근 장미란과 최민호 선수의 ‘무릎팍 도사’ 출연은 큰 호평을 받았다. 모두 스포츠와 방송의 만남인데 정반대의 결과를 낳았다. ‘1박 2일’ 팀은 19일 부산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 경기를 관람했다. 강호동, 김C, 이수근, 은지원, MC몽, 이승기 등 멤버들은 이날 자이언츠 열린 노래방 참가, 볼보이 1일 체험, 5회 클리닝 타임 깜짝 공연 등으로 야구팬들과 동화되려 했다. 하지만 정작 야구팬들은 관객들의 경기 관람을 방해하고 선수들 경기력에 악영향을 끼쳤다며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이날 멤버들과 제작진은 촬영 편의를 위해 50여 석을 예약해 놓고 일반 관객의 이동을 통제했다. ‘1박 2일’의 참가로 야구팬들은 경기에 집중할 수 없었고 게다가 이동에 제한을 받는 등 불편함을 샀다. 이날 야구 경기를 생중계한 MBC ESPN의 캐스터 역시 “야구장에서 이게 말이 되는 일인지 모르겠다. 연예 오락 프로그램이 여기서 촬영하고 있는데 방송을 위해 관중들을 못 들어오게 하는 건 어느 나라 방송에서 가능한 일인가, 주인과 손님이 바뀌어서는 안된다”며 쓴소리했다. 게다가 경기가 시작된 후에도 방송 카메라가 경기장에서 나가지 않고 볼보이 체험을 하는 멤버들을 촬영한 점 역시 빈축을 샀다. 뿐만 아니다. 멤버들은 5회 클리닝 타임에 10분이나 축하공연을 벌였다. 한 야구 관계자는 “투수는 경기 중간에 어깨가 식으면 안 된다. 방송 촬영으로 평소보다 2배나 긴 클리닝 타임을 끈 것은 분명 선수에게 악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이번 경기는 페넌트레이스 2위 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일전이라 롯데팬들에게는 의미가 남달랐다. 결국 이번 해프닝은 ‘1박 2일’과 롯데 구단의 과욕과 오만이 부른 결과라 볼 수 있다. 한 야구 관계자는 “이런 큰 이벤트는 구단의 초청(혹은 허락)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라고 전했다. 구단은 홍보를 위해 ‘1박 2일’ 촬영을 허락한 것이고 제작진은 프로야구의 인기에 편승하려 했던 것이다. 여기서 스포츠 팬과 관계자들의 불편한 심기가 그대로 드러난다. MBC ESPN에서 중계하던 캐스터들은 “야구의 폭발적인 인기에 편승하려 한다. 실제로 그 동안 프로 야구에 어떤 공헌도 하지 않은 사람들이 왔다”며 꼬집었다. 엔터테인먼트와 스포츠는 비슷한 점이 많다. 스포테인먼트라는 말도 있듯이 스포츠와 연예의 만남은 새로울 것도 없다. 장미란, 최민호의 방송 출연, ‘무한도전’의 올림픽 도전기는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면서 호평 받았다. 하지만 평소에는 스포츠에 무관심하다가 월드컵, 올림픽 등 중요 행사가 있을 때만 반짝하는 방송 행태에 대해 스포츠 팬들의 불만이 크다. 한 방송관계자는 “방송이 평소에는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으면서 큰 행사가 있을 때마다 인기에 편승하려 한다는 불쾌함이 스포츠팬 저변에 깔려있다”고 설명했다. ‘1박 2일’ 역시 그런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방송과 스포츠의 만남이 각자의 고유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선에서는 환영받지만 방송을 위해 스포츠가 희생되는 상황은 비난을 면하기 힘들다. miru@osen.co.kr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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