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지난해와 비교하면 개인 타이틀 주인이 대거 바뀐 가운데에서도 변함없이 1위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선수들이 있다. 구원 부문의 오승환(26·삼성)과 도루 부문의 이대형(25·LG)이 주인공들로 타이틀 수성을 사실상 확정했다. 개인 타이틀은 따내기도 어렵지만 지키는 것이 더 어려운 법이다. 그래서 이들의 타이틀 수성은 더욱 의미가 있다. ▲ 36세이브 오승환 지난 2006년 아시아 한 시즌 최다 47세이브를 기록할 때 오승환의 방어율은 1.59였다. 지난해 프로야구 최초로 2년 연속 40세이브를 달성할 때에는 1.40으로 낮췄다. 사상 두 번째로 3년 연속 30세이브를 달성한 올해는 1.39로 조금 더 낮아졌다. ‘구위가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지난해부터 꼬리표처럼 따라붙었지만 어찌된 일인지 기록상으로 오승환의 하락세는 조금도 나타나지 않는다. 피안타율이 소폭 늘어났지만 3년 연속 1할대이며 그나마 9이닝당 탈삼진이 떨어진 것이 기록에서 나타나는 하락 조짐이다. 올 시즌은 마무리투수들의 수난시대였다. 풀타임 마무리투수는 오승환을 비롯해 브래드 토마스(한화)와 한기주(KIA)밖에 없다. 이들 중에서 WHIP·피안타율이 가장 낮은 투수가 바로 오승환이다. 블론세이브도 2개로 가장 적다. 대신 1점차에서 거둔 세이브가 8개로 가장 많다. 삼성은 5회 이전 리드를 잡은 45승2패를 거두고 있고, 7회 이후 역전패가 2패로 8개 구단 중 가장 적다. 마무리투수 오승환의 힘이다. 1이닝 마무리투수가 팀의 MVP가 될만한 팀은 많지 않지만 그만한 투수가 얼마 없다는 걸 감안해야 한다. 지금껏 프로야구 역사상 3년 연속으로 구원왕을 차지한 선수는 없었다. MBC 김용수(1986~1987)와 두산 진필중(1999~2000) 그리고 지난 2년간 오승환 2년 연속 구원왕에 올랐을 뿐이다. 36세이브를 마크하며 2위 토마스(29세이브)를 멀찍이 따돌린 오승환은 남은 경기에 관계없이 프로야구 최초 3년 연속 구원왕을 확정했다. 향후 한국프로야구 구원부문 기록은 오승환의 이름으로 도배될 것이 자명해지고 있다. ▲ 61도루 이대형 프로야구 최초의 대도는 김일권이다. 해태 소속으로 1982년 원년부터 1984년까지 3년 연속 도루왕을 차지했다. 태평양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뒤 1989~1990년 2년 연속 또 도루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1991~1992년 해태 이순철, 1996~1997년 해태 이종범도 2년 연속 도루왕에 올랐다. 정수근은 OB 및 두산 소속이었던 1998년부터 2001년까지 무려 4년 연속 도루 타이틀을 따냈다. 도루 타이틀은 연속 수성이 꽤 많은 편이었다. 그러나 정수근을 끝으로 대도라고 할만한 선수가 한동안 등장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었다. LG 이대형은 오랜만에 등장한 대도이다. 지난해 풀타임 주전 첫 해부터 53개의 도루를 기록하며 이 부문 1위를 차지한 이대형은 올 시즌 낮아진 타율·출루율에도 불구하고 11년 만에 61도루로 46도루의 이종욱(두산)에 크게 앞서고 있다. 한 시즌 60도루는 역대 6번째이며 선수로는 4명째. 2년 연속 50도루도 1996~1997년 이종범 이후 처음 나왔다. 충분히 의미있는 발전이다. 지난해 이대형의 도루성공률은 7할2푼6리로 높지 않았지만, 올해는 8할1푼3리로 1할 가량이 높아졌다. 도루 센스가 한 단계 발전한 것이다. 그러나 최하위로 떨어진 팀 성적과 함께 타율과 출루율이 지난해보다 무려 4푼 넘게 떨어지는 바람에 11년만의 60도루가 상대적으로 빛을 잃은 게 사실이다. 때아닌 영양가 논란도 불거졌다. 하지만 주자로서의 능력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대형의 문제는 도루가 아니라 타격이다. 올 시즌 이대형의 내야안타는 무려 46개이지만 장타는 겨우 6개뿐이다. 몸이 먼저 나가는 타격 메커니즘을 고치지 않으면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