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불운은 없었다. '김지토' 김상현(28. 두산 베어스)이 새로운 '무기' 슬라이더를 앞세워 프로 데뷔 후 7년 만에 첫 선발승을 따내는 기염을 토했다. 김상현은 20일 부산 사직 구장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 6이닝 3피안타(탈삼진 6개, 사사구 1개) 1실점 호투를 선보이며 시즌 6승(1패, 20일 현재)째를 거두는 데 성공했다. 최고 147km에 이르는 빠른 직구와 신무기 슬라이더를 1-1 비율에 가깝게 구사한 김상현은 적극적인 투구로 롯데 타선을 제압했다. 김상현은 1회말 선두 타자 김주찬(27)에게 홈런을 허용하며 불안한 스타트를 끊었으나 이후 별다른 위기 상황을 만들지 않으며 롯데 에이스 손민한(33)과의 맞대결을 승리로 이끌었다. 여기에 주무기인 낙차 큰 커브 또한 위력을 발산했다. 6회까지 총 84개의 공을 던진 김상현은 직구와 슬라이더, 커브를 3-3-1 비율로 섞어 던지며 완급 조절 능력까지 보여주었다. 2001년 한라대를 졸업하고 두산에 2차 1순위 신인으로 입단한 김상현은 지난 시즌 선발, 계투진을 오가며 4승 9패 2홀드 방어율 4.33으로 분투했다. 그러나 선발 투수로는 승운이 따르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팬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김상현의 지난 시즌 선발 등판 성적은 9경기서 6패 방어율 3.72로 불운하기 그지 없었다. 1경기 당 2.47점에 그쳤던 빈약한 타선 지원이 그 이유였다. 그러나 20일 롯데전은 달랐다. 김상현은 동료들이 국내 프로 야구계를 대표하는 손민한을 상대로 5회까지 6점을 뽑아준 덕분에 부담 없이 적극적인 투구를 보여줄 수 있었고 이는 프로 데뷔 7년 만의 값진 첫 선발승으로 이어졌다. 경기 후 김상현은 "첫회 김주찬에게 선두타자 홈런을 허용한 것이 오히려 약이 되었다. 자칫 무너지는 쪽으로 넘어 갈수도 있었는 데 홈런을 맞은 것이 집중할 수 있게 해준 것 같다"라며 '피홈런'이 '전화위복'이 되었음을 밝혔다. 올시즌 롯데전서만 2차례 선발 등판, 11이닝 동안 단 한 점만을 내줄 정도(상대 방어율 0.82)로 강한 면모를 보여준 데 대해 묻자 그는 "특별한 이유는 없다. 다만 올시즌 슬라이더 장착 후 완급 조절보다는 공격적인 투구를 펼친 것이 빠른 승부를 펼치는 롯데 타자들에게 맞아 떨어진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양팀은 21일 선발 투수로 각각 이용훈(롯데)과 이혜천(두산)을 예고했다. farinell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