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서브'라는 말이 있다. 유럽 축구계에서 자주 쓰이는 말로 스타팅 멤버로 출장하기 보다는 경기 후반 팀의 승리를 확정지을 수 있는 탁월한 실력의 소유자를 일컫는 말이다. 최근 부상으로 은퇴한 '동안의 암살자' 올레 군나르 솔샤르(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대표적인 '슈퍼 서브'였다. 두산 베어스에도 탁월한 실력을 갖춘 '슈퍼 서브'가 있다. 지난 6월 3일 LG 트윈스에서 이적해 온 포수 최승환(30)이다. 최승환은 지난 20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서 8회초 좌월 쐐기 투런을 작렬하며 시즌 첫 홈런을 기록하는 동시에 LG 시절이던 지난 2006년 8월 19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 이후 2년 여 만에 아치를 그려냈다. 올시즌 1할9푼7리 1홈런 12타점(20일 현재)을 기록 중인 최승환은 기록 상으로 보여지지 않는 실력을 갖춘 포수다. 스트라이크 존을 세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채상병(29)에 비해 공격적인 성향을 띄고 있는 최승환은 투수에게 유리한 볼카운트서도 몸쪽 결정구를 주문할 수 있는 대담함을 갖춘 포수다. 직구가 들어오는 순간 유인구로 타자를 현혹하는 순간도 적지 않다. 최승환은 그에 대해 "타자가 안타를 칠 수 있는 확률이 30%를 넘기기 힘든 경우가 많다. 반대로 생각하면 투수가 타자의 안타를 봉쇄 할 확률은 70%에 가까운 것이다. 이기고 들어가는 타자와의 대결에서 주눅 들 필요는 전혀 없다"라며 과감한 리드의 이유를 밝혔다. 지난 시즌 무릎 인대가 파열되는 중상을 입었던 최승환은 두산 합류 후 체력적인 어려움을 겪었다. "뛰고 싶다는 의욕은 있었으나 몸 상태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라고 이야기 한 최승환은 "올림픽 휴식기에 체력 보강에 주안점을 두었다. 최근에는 몸 상태가 괜찮다"라며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하게 했다. 김경문 감독 또한 최승환에 대해 "이적 후 몸상태가 좋은 편이 아니라 많은 출장시간을 부여하기 힘들었다. 올림픽을 끝내고 돌아와 보니 체력이 많이 보강된 상태라 앞으로 활용도가 클 것"이라며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배트 스피드가 점점 떨어졌던 전반기와는 달리 20일 롯데전서 상대 우완 김일엽(29)의 몸쪽 높은 직구를 즉각적으로 당겨 치며 홈런으로 연결한 최승환의 배팅은 '피로'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먼 힘이 느껴졌다. 올시즌 최승환은 프로 데뷔 이후 한 시즌 동안 가장 많은 경기(53경기)에 출장하며 그동안 숨겨져 있던 재능을 보여주고 있다. LG 시절에도 야구 관계자들로부터 "투수 리드만큼은 주전 포수로 손색이 없다"라는 평가를 받았던 최승환은 뒤늦게 자신의 선수 생활을 빛내고 있는 중이다. 한 경기서 200번 가까이 앉았다 일어나는 동시에 내야 땅볼 시 1루 백업까지 들어가야 하는 포수 자리는 체력 소모가 극심한 포지션이다. 주전급 실력을 갖춘 최승환의 존재는 기존 주전 채상병에게 긴장감과 체력을 아낄 수 있는 시간을 동시에 제공한다. 경쟁 속에 '시너지 효과'를 꾀하는 김경문 감독의 지휘 스타일 상 최승환은 없어서는 안 될 선수 중 한 명이다.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포스트 시즌 출장 기회를 갖게 될 가능성이 커진 최승환. 트레이드로 인해 뒤늦게 빛을 보게 된 그는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소금 같은 존재로 자리 잡았다. farinell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