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홈런타자로 발전할 수 있을까
OSEN 기자
발행 2008.09.23 07: 21

[OSEN=이상학 객원기자] “쟤가 홈런을 좀 쳐야 하는데…” 지난 4월 두산 김경문 감독이 김현수(20)를 보며 한 말이다. 당시 김현수는 4할대 타율로 매서운 돌풍을 일으키고 있었지만 홈런이 하나도 없었다. 김 감독은 “타율에 맛을 들여서인지 홈런이 안 나온다. 체격만 보면 홈런을 쳐야 할 녀석이다. 몸도 좋고 펀치력도 있다. 타율도 좋지만 홈런을 많이 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타자에 대한 갈증이 큰 김 감독은 김현수가 장차 홈런 타자로 성장해주길 내심 바라고 있다. 지난 2004년 김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후 두산에서는 아직 20홈런 타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 김현수는 115경기 전경기에 출장해 432타수 155안타 타율 3할5푼9리를 기록하고 있다. 볼넷도 76개를 얻어 출루율은 4할5푼8리나 된다. 타율과 최다안타는 물론이고 볼넷과 출루율까지 리그 전체 1위다. 잘 보고 잘 치고 잘 기다리 줄 아는 타자가 2008년의 김현수인 것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홈런이 부족하다. 지난해 99경기에서 5개의 홈런을 때린 김현수는 올 시즌 홈런이 8개로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장타력이 전혀 없는 건 절대 아니다. 장타율 5위(0.507)에 오른 타자가 다름 아닌 김현수이다. 물론 김현수의 장타율이 높은 것도 타율의 영향이 크다. 장타율에서 타율을 빼면, 단타를 제외한 홈런·2루타·3루타의 순수 장타생산력을 가늠할 수 있는데 김현수의 순수 장타생산율은 1할4푼3리에 불과하다.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중 그보다 많은 선수가 무려 18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현수의 장타생산력을 낮게 볼 수 없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김현수는 리그에서 가장 많은 30개의 2루타를 기록하고 있다. 3루타도 5개. 올 시즌 기록한 8개의 홈런 중 6개가 잠실구장에서 때려냈으며 평균 비거리는 120m이다. 무엇보다 김현수 본인이 홈런에 대한 욕심을 갖고 있다. 특히 올 시즌 홈런 1위를 달리고 있는 김태균(한화)에 대한 부러움을 갖고 있다. 김현수는 “(김)태균이 형과 덩치는 비슷하지만 홈런 수에서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체격조건은 김현수가 188cm, 95kg이고, 김태균은 184cm, 100kg. 이에 김현수는 “타율에 신경쓰는 것도 있지만 결국에는 홈런 기술의 차이다. 태균이 형은 공을 띄우는 기술이 대단하다. 구장크기와는 관계없다. 나는 홈런을 많이 치고 싶은데 뜻대로 되지 않는다. 홈런치는 기술이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인정했다. 역대 타격왕을 통틀어서도 김현수의 홈런은 조금 적은 것이 사실이다. 지난 26년간 역대 타격왕들의 평균 홈런은 17.3개였다. 김현수가 홈런에 대한 욕심을 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최근 6경기에서 김현수는 3개의 홈런을 몰아치고 있다. 김현수는 장타 증가에 대해 “타격할 때 히팅 포인트를 앞에 놓고 쳐서 비거리가 향상됐다”고 답했다. 서서히 홈런을 치는 기술을 깨닫고 있는지 모른다. 이승엽도 데뷔 첫 해에는 13개, 이듬해에는 9개의 홈런을 친 후 풀타임 3년차 때였던 1997년 32홈런을 시작으로 7년 연속 30홈런 이상을 쳤다. 김현수는 “구장크기는 핑계거리에 불과하다. 타이론 우즈도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면서 홈런왕이 됐다”고 역설했다. 김태균은 김현수에 대해 “언제 한 번 (김)현수 하체를 보니 대단하더라. 하체가 탄탄하게 받쳐주니까 좋은 타구가 나온다. 홈런도 하다 보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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