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역사의 한국 프로 야구 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발전상이다. 3년차 외야수 김현수(20. 두산 베어스)가 연일 맹타를 터뜨리며 야구 팬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김현수는 올시즌 3할5푼9리(1위, 22일 현재) 8홈런 82타점(5위)을 기록하며 2008시즌 최고의 히트 상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투수와 볼카운트, 득점권 상황을 가리지 않고 불방망이를 휘두르는 그의 타격은 상승세를 내달리던 롯데 자이언츠의 날개를 꺾으며 팀의 2위 수성을 이끌었다. 김현수는 지난 19~21일 사직 롯데 3연전서 15타수 8안타 1홈런 8타점을 기록하며 주포다운 모습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특히 21일 경기서 김현수는 롯데 우완 김사율(28)을 상대로 볼 커트 능력과 배팅 파워를 보여주며 더 밝은 미래를 팬들 앞에 그려 보였다. 당시 김현수는 김사율의 초구 커브(120km)와 바깥쪽 직구(134km)를 때려내지 못하며 볼카운트 2-0까지 몰렸다. 공 하나를 허투루 보냈다가는 그대로 서서 삼진 당할 수 있던 상황이었으나 3구 째 몸쪽 슬라이더(130km)를 파울로 만들었다. 낮은 유인구를 때려내며 김사율을 압박하는 동시에 분위기를 자신에게 몰고 온 김현수의 한 수였다. 심혈을 기울여 던진 유인구를 커트 당한 김사율은 코너워크 제구로 삼진을 유도하기 위해 바깥쪽 직구(141km)와 몸쪽 낮은 직구(139km)를 차례로 던졌으나 모두 볼 판정을 받았다. 뒤이은 바운드 볼로 인해 2-0의 볼카운트는 단숨에 2-3 풀카운트로 바뀌었다. 베이징 올림픽 미국전서도 '커트 본능'으로 구원 투수 제프 스티븐슨(25. 클리블랜드 트리플 A)를 압박하며 8-7 역전승의 징검다리 역할을 했던 김현수는 김사율이 신경 써서 던진 공을 커트해내며 유리한 싸움으로 이끌어냈다. 단 한 개의 파울 타구로 마운드의 김사율을 긴장시킨 김현수의 위력이 돋보였다. 직구 두 개와 129km의 바운드 볼로 볼 3개를 헌납한 김사율은 타이밍을 뺏기 위해 커브(119km)를 던졌으나 이는 치기 좋은 코스로 높게 날아갔다. 김현수는 실투를 놓치지 않고 득달같은 속도로 배트를 휘둘러 백스크린을 향해 날아가는 중월 2점 홈런(비거리 125m)을 쏘아 올렸다. 단 한 개의 파울 타구로 유리한 위치를 가져 온 김현수는 결국 홈런을 때려내며 김사율과의 대결을 승리로 장식했다. 이날 5타수 3안타 4타점을 기록한 김현수는 경기 후 "앞 타자들이 찬스를 많이 만들어줬고 내가 못치더라도 뒤에 김동주 선배처럼 좋은 타자가 있어 부담없이 경기에 임한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라며 최근 비거리가 늘어난 데 대한 질문에 "타격할때 히팅 포인트를 앞에 놓고 쳐서 비거리가 향상됐다"라는 말로 장타 양산의 비결을 밝혔다. 신일고 시절에도 장타력과 정확성을 겸비한 좌타자로 아마추어 야구 팬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김현수는 '괄목상대'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며 올림픽 금메달 주역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하는 기염을 토했다. 여기에 김현수는 성실성까지 겸비한 재목이다. 두산 구단 관계자는 "팀 내에서 가장 일찍 그라운드에 나와서 훈련하는 선수 중 한 명이 김현수다. 재능만 갖춘 것이 아니라 성실함도 팀 내 최고 수준이다"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나이에 걸맞지 않는 놀라운 타격으로 팬들의 눈을 사로잡고 있는 그의 내일이 더욱 밝은 이유다. farinll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