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출 선수 성공기'를 화려하게 써내려가고 있는 이종욱(28. 두산 베어스)이 '천적' 히어로즈를 상대로 명예 회복에 나선다. 올시즌 3할7리 26타점 46도루(2위, 22일 현재)를 기록하며 최고 톱타자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이종욱은 히어로즈를 상대로 1할5리(38타수 4안타) 1타점 4도루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출루율 2할5리에 OPS(장타율+출루율) 3할1푼으로 '부진'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모습이다. 히어로즈는 이종욱의 전 소속팀인 현대 유니콘스 선수단을 이어 받아 창단한 팀이다. 따라서 이종욱의 친정팀이라고 부르기 힘들지만 과거의 잔상이 남아있는 팀이기도 하다. 세간에 알려진 것처럼 이종욱은 현대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기보다 기회를 잡지 못하고 팀에서 버려졌다는 표현을 쓰는 것이 알맞다. 선린상고(현 선린 인터넷고)-영남대 출신으로 청소년 대표, 국가 대표 코스를 차례로 거친 이종욱은 1999년 2차 2순위로 지명됐을 정도로 기대를 모았던 유망주다. 당시 이종욱은 아마추어 야구 팬들로부터 '포스트 전준호(39)'로 불리며 대학 야구계 최고의 톱타자 요원으로 각광받았다. 기대를 모으며 현대 유니폼을 입었던 이종욱은 데뷔 시즌이던 2003년 단 한 차례도 1군 출장 기회를 갖지 못한 채 군입대(상무)를 택했다. 이후 이종욱은 2년 간 상무서 3할대 타격의 발빠른 톱타자로 무시할 수 없는 힘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의 군 시절을 떠올린 상무 김정택 감독은 "근성을 가지고 열심히 하는 선수였다. 많은 상무 출신 선수들 중 기억에 또렷하게 남을만한 인상적인 선수"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제대 후 이종욱에게 돌아온 것은 '자유계약 선수'라는 딱지 뿐이었다. 주전 좌익수 전준호에 2005년 2할7푼3리 29도루를 기록했던 정수성(30)까지 보유했던 현대에서 이종욱은 '잉여 전력'과도 같았던 것. 한때 '포스트 전준호'로 불렸던 이종욱은 결국 입단 테스트를 통해 두산 유니폼을 입은 뒤 명실상부한 최고 톱타자로 날아 올랐다. 3시즌 동안 매서운 방망이와 작전 수행 능력, 빠른 발로 6개 구단에 경계령을 내렸던 이종욱은 유독 현대-히어로즈에는 약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시즌 이종욱의 현대전 성적 또한 2할4푼6리(65타수 16안타) 1홈런 8타점 5도루로 좋은 성적이었다고 보기 힘들었다. 다행히 이종욱은 지난 5일과 7일 히어로즈전서 각각 4타수 2안타, 3타수 1안타를 기록하며 올시즌 3푼대까지 떨어졌던 히어로즈전 상대 타율을 1할 대로 끌어올렸다. 당시 "경기 초반 빗맞은 안타가 나온 덕분에 자신감이 생겼다"라고 밝힌 이종욱은 히어로즈전 부진 원인에 대해 "이유는 잘 모르겠다. 이유 없이 경기가 잘 안 풀리는 때도 있지 않은가. 그와 비슷하다"라며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몸을 사리지 않는 허슬 플레이와 간결하고 정확한 스윙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이종욱. 그가 잠실 구장서 지긋지긋한 '히어로즈 콤플렉스'를 떨쳐낼 수 있을 지 여부에 팬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farinell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