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화된 경기 악화의 여파로 알콜의 소비가 급증하고 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 1인당 알콜 소비량은 세계 2위다. 음주 인구 1인당 연간 맥주 204병, 소주 120병, 양주 2병을 마시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는 침체된 사회적 분위기를 탓하며 단순히 알콜 소비량이 급격하게 늘었다고 보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다. 통계를 보면 B형·C형 간염의 환자비율과 알콜 소비량이 전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축에 드는 국가가 바로 우리나라다. 이렇게 발생한 B형·C형 간염을 제때에 올바르게 치료하지 않을 경우 간경변증과 간암 등 치명적인 질환으로 악화되어 목숨을 잃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실제로 간염과 간경변증 등 간질환은 한국인의 사망원인 중 7위를 차지할 정도로 빈번하게 일어나는 질환 중 하나이다. 간질환의 예방을 위해서는 간염바이러스를 차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B형 간염이든 C형 간염이든 간염바이러스는 혈액을 통해 전염된다. 전염성만 가지고 본다면 에이즈 바이러스(HIV)보다 수 십 배나 강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따라서 혈액이 묻어있는 주사바늘이나 침(針)은 한 번만 찔려도 감염될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위험하다. 또 칫솔이나 면도기 등도 주의대상이다. 피부에 상처가 있거나 잇몸질환에 의한 출혈로 감염이 될 수 있다. 성 접촉 또한 마찬가지로 성기점막이 헐어 혈액이 스며 나올 경우도 전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B형 간염의 경우 항체가 없다면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좋다. 간염 보균자는 간경변이나 간암의 조기발견을 위해 6개월에 한 번은 초음파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C형 간염은 아직까지 백신이 개발되지 않은 상태다. 최근 A형 간염도 유행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A형 간염은 B형이나 C형과는 달리 간경변 등의 합병증을 유발하지는 않지만 황달이나 두통 등의 몸살증세를 보인다. 대개 80년대 이후 출생하여 깨끗한 환경에서 자라면서 한 번도 A형 간염에 걸려본 적이 없는 20~30대 젊은 연령층에서 빈번하게 발생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 세대는 동남아 등의 A형 간염이 유행하는 지역을 여행할 경우 A형 간염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좋다. 서울 편강세한의원 김종철 원장은 “간질환에는 공격보다 수비가 중요하다는 의학 격언이 있다”며 “쉽게 말해 간은 좋다는 약을 많이 먹어 기능이 개선되기보다 치명적인 불특정 한 가지 요인이나 물질로 회복불능의 치명타를 받는 성향이 강한 장기라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우리가 섭취한 음식은 소장에서 혈액을 통해 가장 먼저 간에 도착해 무해한 성분으로 화학 처리되는데 이 과정에서 성분 미상의 물질이 섞여 있으면 간에 손상을 주는 것이다. 전문 한의사의 처방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한약재나 본인의 체질에 맞지 않는 음식 등은 가급적 섭취하지 않는 것이 좋다. 혈액검사에서 B형이나 C형 간염 바이러스 항원이 나타나지만 GOT/GPT 등 간염 수치가 정상이며 황달 등의 간염 증상이 없는 사람을 건강보유자라고 한다. 이런 건강보유자 등도 방심을 하면 안 된다. 최근 한 대학병원에서 건강보유자 110명을 대상으로 간 조직검사를 실시한 결과 46%인 51명이 간에 염증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혈액검사로는 건강보유자지만 조직검사를 해 보면 간염환자가 예상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건강보유자라고 해도 30세가 넘으면 간암 조기 발견을 위해 6개월에 한 번씩은 초음파와 혈액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이러한 간염 보균자들은 절대로 금주하는 것과 더불어 과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이 중요하며 대개 과로와 스트레스가 겹치면 간염 바이러스의 활동이 활발해져 만성 간염으로 이행될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김 원장은 “뿐만 아니라 낮은 확률이지만 전격성 간염이라고 해서 간 전체가 급격하게 죽어버리는 치명적인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간염도 다른 질환과 마찬가지로 스트레스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이렇듯 간의 건강을 위해서는 작은 것에서부터 생활습관의 개선이 중요하다. 생각을 바꾸고 습관을 바꾸고 생활을 바꾼다면 간에 관련된 질병은 자연히 멀어질 것이다. [OSEN생활경제팀] osenlif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