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 2차전(10월 15일)을 앞둔 한국 대표팀의 허정무 감독(53)과 일본 대표팀의 오카다 다케시 감독(52)이 갑작스런 변수에 긴장하고 있다.
가까운 시일 내에 맞대결을 펼칠 상대팀의 사령탑이 모두 교체된 탓이다. 팀을 이끄는 사령탑의 변화는 곧 전술의 변화 등 고려사항이 많아진다는 점에서 한일 양국은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변수를 먼저 접한 쪽은 한국이었다. 한국은 지난 22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브뤼노 메추 감독이 성적 부진을 이유로 사임하면서 정확한 소식 알기에 분주했다. 감독 교체를 하면 일시적으로 경기력이 향상된다는 '각성 효과'에 대해서 우려하는 눈치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메추 감독의 후임으로 도미니크 바트니 수석코치의 승격이 유력해 큰 변화보다는 현 체제 유지에 만족한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는 현지 언론의 평가다.
대표팀의 한 관계자 또한 "아직 UAE의 감독 경질을 놓고 특별한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지만 정보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며 "기량만큼 성적이 안 나온 UAE가 감독 교체로 어떤 모습을 보일지 걱정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선제골을 내주면 고전하는 UAE의 약점을 잘 노리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며 지나친 우려를 경계했다.
일본 또한 최종예선 상대인 우즈베키스탄의 감독 교체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아니 한국보다 다급한 반응을 보이며 대응책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일본이 우즈베키스탄의 감독 교체보다는 감독 교체의 연쇄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다. '난적' 바레인을 꺾으며 최종예선의 첫 출발을 깔끔하게 시작한 일본은 23일 미르잘랄 카시모프 부뇨드코르 감독의 대표팀 발탁으로 지코 감독이 그 빈 자리를 맡게 된다는 소식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일본은 지난 2002년 필립 트루시에 감독으로부터 일본 대표팀을 이어 받아 2006 독일 월드컵까지 이끌었던 지코 감독이 우즈베키스탄 대표팀에서 고문 등의 역할을 맡으며 조언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의 이런 분위기는 일본 대표팀의 발 빠른 대응에서 쉽게 알 수 있다. 지코 감독의 우즈베키스탄행을 보고 받은 오카다 감독은 코칭스태프 회의를 거친 끝에 취재진과 만나 고민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일본 언론 또한 '오카다 vs 지코' 등의 제목의 기사를 쏟아내며 이런 분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다.
한일 양국의 사령탑이 최종 예선을 앞두고 맞은 변수에 이렇게 신경을 쓰는 것은 그만큼 월드컵 본선 진출이 녹록치 않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위기에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야말로 사령탑의 역할이라는 점에서 허정무 감독과 오카다 감독은 신중한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군다나 두 감독이 최종 예선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지도력을 발휘해야 할 시점이라는 점에서 이번 위기는 양 팀 감독에게 또 다른 시험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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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오카다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