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자신감과 절실함 동시에 떠올린 연장패
OSEN 기자
발행 2008.09.24 09: 22

평균 나이 24.3세로 1군 선발 오더를 짤 수 있을까. 적어도 SK는 가능했다. SK는 지난 23일 문학 한화전에서 3-3으로 균형을 지키던 연장 10회 김태완에게 결승 2루타를 맞고 3-4로 무릎을 꿇었다. 아쉬운 패배였다. 이날 SK의 선발 타선은 20대로만 짜여졌다. 중견수 겸 톱타자로 나선 김강민(26)을 비롯해 박재상(26, 좌익수)-정근우(26, 2루수)-이재원(20, 지명타자)-최정(21, 3루수)-나주환(24, 유격수)-정상호(26, 포수)-모창민(23, 1루수)-조동화(27, 우익수) 순이었다. 투수 역시 전병두(24)였다. 이 중 최고령인 조동화가 경기 주장을 맡았을 정도로 젊은 선수였다. 중심타선을 든든하게 받쳐줬던 베테랑 김재현(33), 박재홍(35)이 빠졌다. 그런데 무게감에서 크게 쳐진 느낌이 들지 않았다. 김재현은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된 적이 많았고 박재홍도 시즌 초반 톱타자로 출장하는 회수가 많았다. 주로 좌완 투수가 나올 때 3번 지명타자를 맡았던 이재원이 4번타자로 나섰고 7~8번타자로 나서던 나주환이 6번타자로 이름을 올린 것 외에는 이렇다할 큰 변화가 없었다. 이는 곧 SK의 미래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병역 문제가 따르긴 하겠지만 앞으로 10년은 SK를 짊어질 수 있는 환상의 조합이었다. 세대교체의 완성도를 가늠할 수 있는 선발 라인업을 의미하기도 했다. SK 김성근 감독은 이날 경기에 앞서 "류현진이 나오니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작년에는 크게 힘을 쓰지 못하던 류현진이었지만 올해 들어 우리에게 천적이 됐다"고 걱정을 나타냈다. 실제로 류현진은 이날 경기전까지 SK를 상대로 5차례 선발 등판, 4승에 2.31의 방어율을 기록했다. 삼진은 이닝 당 1개가 넘는 9이닝 당 9.51개의 탈삼진율을 올렸다. 그런데 SK의 젊은 타선은 김 감독의 우려와는 달리 3점을 느끈히 뽑아내며 5이닝 만에 류현진을 마운드에서 끌어내렸다. 수비도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한국시리즈를 대비해 젊은 선수들의 경기력을 직접 살펴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는 합격점이었다. 하지만 역시 완벽하진 못했다. 6회 1루수 모창민의 실책이 빌미가 돼 동점을 내줬다. 또 결정적인 한 방도 부족했다. 8회부터 10회까지 3이닝 동안 단 1명도 출루하지 못한 채 끌려갔다. 젊은 선수들에게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던 것과 동시에 베테랑의 필요성을 느끼게 해줬다. 반면 베테랑들에게는 또 한 번 절실함을 느끼게 해줬다. 김 감독은 누차 "모든 것은 절실해야 한다. 야구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해왔다. 이날 경기에서는 박재홍과 김원형을 제외한 베테랑들은 모두 벤치를 지켰다. 하지만 경기는 베테랑 없이도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베테랑들에게는 '내가 없어도 잘할 수 있구나'라는 놀라움과 함께 현실에 안주해서는 밀릴 수 있다는 절박함을 동시에 안긴 경기였다. 김성근 감독은 경기 후 "이날은 승패와는 무관하게 어린 선수들이 얼마나 하는지 테스트 해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물론 이는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SK만이 누릴 수 있었던 특권이기도 했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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