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극심한 '홈런 가뭄' 그 이유는
OSEN 기자
발행 2008.09.24 15: 28

[OSEN=이상학 객원기자] 타고투저는 맞는데 그런 느낌이 들지 않는다. 대포가 뜸한 까닭이다. 2008년 프로야구는 투수보다 타자가 조금 더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프로야구 8개 구단 경기당 평균 득점은 4.27점이었다. 올 시즌에는 4.49점으로 상승했다. 투고타저 시즌이었던 지난 2006년 3.95점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타자들의 반격이 시작된 셈이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타자가 투수를 압도하는 느낌을 주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다름 아닌 홈런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득점은 늘었는데 홈런으로 난 점수가 많지 않다. 올 시즌 프로야구의 경기당 평균 홈런은 1.30개. 오히려 지난해 1.39개보다 줄었다. 투고타저 해였던 2006년에도 경기당 평균 홈런이 1.31개였다는 것을 고려하면 올 시즌 홈런이 얼마나 터지지 않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경기당 평균 홈런 1.30개는 역대 프로야구를 통틀어서도 매우 적은 수치에 해당한다. 1990년대 이후로 한정하면 지난 1993년(1.10개) 이후 가장 적다. 1993년은 프로야구 역사상 리그 평균 방어율이 3번째로 낮은 투고타저 시즌이었다. 투고타저 시절부터 프로야구는 젊은 거포의 부재가 문제점으로 거론됐다. 2005년 이후 한 시즌 20홈런 이상 친 20대 타자는 김태균(한화)·이대호(롯데)·이범호(한화) 그리고 올해 김태완(한화)까지 4명밖에 되지 않는다. 30홈런 타자는 올 시즌 김태균이 유일하다. 이용규(KIA)나 김현수(두산)처럼 정확한 타격으로 중무장한 타자들이 급성장했지만, 거포들은 잘 성장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언제부턴가 젊은 타자들에게 팀 배팅이 절대적으로 강조되고 있다. 기존의 베테랑 거포들 역시 적어도 홈런이라는 분야에서만큼은 쇠퇴하고 있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물론 구조적인 변화도 무시할 수 없다. 경기당 평균 2.41개의 홈런이 봇물처럼 터졌던 1999년에는 전국에서 가장 큰 잠실구장도 좌우 펜스거리가 95m였다. 잠실구장은 1998년부터 2002년까지 5년간 좌우 펜스거리가 95m였고, 이 기간 프로야구는 가장 많은 홈런폭죽이 터졌다. 2005년까지 좌우 97m, 중앙 113m였던 광주구장도 2006년부터 좌우 99m, 중앙 120m로 넓혔고, 대구구장 역시 2006년까지 좌우 95m, 중앙 117m밖에 되지 않았던 구장을 지난해 좌우 99m, 중앙 120m로 늘렸다. 대전구장만이 작은 규모를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좌우 98m, 중앙 114m 대전구장을 홈으로 쓰는 한화는 123경기에서 118개의 홈런을 터뜨리며 이 부문에서 부동의 1위에 올라있다. 홈런 가뭄 시대에서도 대포군단의 명성을 발휘하고 있다. 그러나 한화를 제외한 나머지 팀들은 팀 홈런 100개를 넘기기가 어려울 전망이다. 팀 홈런 2위 롯데가 88개, 3위 삼성이 87개, 4위 SK개 85개를 기록하고 있을 뿐이다. 투고타저 잔향이 남아있었던 지난해에는 그래도 절반이 넘는 4개 팀이 80개 이상 홈런을 기록했다. 심지어 2006년에도 5개 팀이 홈런 80개 이상을 때렸다. 올 시즌 홈런 가뭄의 가장 큰 원흉은 바로 KIA에게서 찾을 수 있다. KIA는 올 시즌 120경기에서 팀 홈런 45개를 기록하는데 그치고 있다. 이대로라면 지난 1993년 쌍방울(46개)·태평양(35개)·롯데(29개) 이후에 무려 15년 만에 한 시즌 팀 홈런 50개 미만으로 마칠 가능성이 높다. 한 시즌 내내 물방망이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는 KIA 타선이라 할지라도 홈런 가뭄은 대단히 심각한 수준이다. 이재주가 11개의 홈런으로 팀 내 최다를 기록하고 있는데 KIA 유일의 두 자릿수 홈런 타자다. KIA는 이재주가 홈런을 친 10경기에서 8승2패라는 호성적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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