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의 2-4 패배로 빛을 잃었지만 그의 호투는 눈여겨볼 필요가 있었다. 두산 베어스의 2차 7순위 신인 박민석(19)이 호투를 펼치며 투수진의 미래로 자라났다. 박민석은 24일 잠실 구장서 벌어진 히어로즈와의 경기에 1-4로 뒤진 3회초 세번째 투수로 등판, 4이닝 동안 1피안타(탈삼진 4개) 무실점 투구를 선보였다. 타선이 역전에 성공하지 못하는 바람에 프로 첫 승을 거두는 데는 실패했지만 묵직한 직구를 보여 준 그의 투구는 히어로즈 타선을 무득점으로 봉쇄했다. 투구수 또한 45개로 적절한 수준이었다. 올시즌 12경기에 출장해 승패없이 방어율 0.89(24일 현재)를 기록한 박민석은 2차 지명서 막차를 탄 투수지만 장충고 시절의 이름값은 그 이상이었다. 고교 시절부터 선발 맞춤형 투수로 자라났던 박민석은 2학년 때부터 팀의 선발 에이스로 활약하며 1년 선배 이용찬(19. 두산)과 함께 팀을 이끈 투수였다. 2학년 말 이미 스리쿼터 투구폼으로 최고 148km의 직구를 던지던 박민석의 고교 최대어 등극은 당연해 보였다. 그러나 3학년으로 올라갔을 때 투구폼을 오버 핸드로 바꾼 것은 그에게서 많은 것을 빼앗아 갔다. 전지 훈련서 '투구폼을 바꾸는 것이 어떻겠냐'라는 조언을 들었던 박민석은 투구 밸런스가 무너지는 바람에 공에 힘을 싣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스승 유영준 장충고 감독의 지시가 아닌 다른 이의 조언으로 인해 투구 밸런스를 잃어버렸다는 점은 더욱 뼈아팠다. 지인으로 부터 그에 관련한 이야기를 들은 이운호 두산 육성팀장은 "2학년 때 이미 140km대 후반의 속구를 던지던 친구가 외부인의 이야기에 많은 것을 잃어 버렸으니 얼마나 안타까웠겠는가"라며 혀를 차기도 했다. 결국 박민석은 2차 지명 막판에 가서야 두산의 선택을 받았다. 다시 팔을 내리며 본연의 투구폼을 찾은 박민석은 지난 6월 17일 잠실 SK 와이번스전서 2이닝 무실점으로 1군 데뷔전을 치른 후 여유있는 리드 상황이나 패색이 짙은 경기에 주로 출장했다. 사이드암에 가깝게 내려가는 팔 각도에서 나오는 묵직한 직구는 분명 '패전처리'로 전락하기는 아까운 공이었다. 김경문 감독 또한 경기 후 "(박)민석이가 잘 던져준 덕분에 패배 속에서도 밝은 부분을 볼 수 있었다"라며 기대를 감추지 못했다. 임창용(32. 야쿠르트)의 투구폼을 연상시키며 거침없이 공에 힘을 쏟아부었던 박민석의 투구는 팬들의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잘생긴 외모에 20⅓이닝 동안 21개의 탈삼진을 기록한 탁월한 구위까지 선보이며 데뷔 첫 해 '절반의 성공'을 거두고 있는 박민석. 포스트 시즌 진출을 확정지은 두산에 단기전에서 꼭 필요한 투수 유망주 한 명이 '실전용'으로 점점 가치를 발휘하고 있다. farinell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