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저 스스로 이긴 것이 아니라 마음적으로 찜찜한 면이 있는데…” 지난 24일 대구 롯데전에서 선발승을 거둔 삼성 에이스 배영수(27)의 말이었다. 배영수는 이날 경기에서 선발등판해 5⅔이닝 6피안타 1볼넷 6탈삼진 4실점했다. 솔로 홈런만 3방이나 맞는 등 투구내용이 100%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하지만 든든한 팀 타선의 지원으로 시즌 9승(8패)째를 거머쥐었다. 지난 2005년 이후 3년만의 두 자릿수 승수에 1승만을 남겨놓게 된 것이다. 팔꿈치 인대접합수술 이후 첫 해를 맞아 힘든 시즌을 보내고 있지만 승운이 따라줘 힘이 난다. 올 시즌 26경기 가운데 22경기에 선발등판한 배영수는 6이닝 3자책점 이하의 퀄리티 스타트가 5차례밖에 되지 않는다. 반면 5회 이전 조기강판은 무려 9차례로 송진우·유원상(이상 한화)·이혜천(두산)과 함께 리그에서 가장 많다. 방어율도 4.72로 자신의 규정이닝을 채운 시즌 중 가장 높다. 팔꿈치 수술과 재활을 거쳐 돌아온 첫 해인 만큼 스피드나 구위가 떨어져 전성기 위력을 되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 그런데도 9승을 올린 것은 그만큼 운이 따랐기 때문이다. 배영수는 올 시즌 9승 중 7승이 퀄리티 스타트를 하지 않고도 따낸 것이었다. 딱 5이닝만 던지고 거둔 승수가 5승이다. 배영수가 선발등판한 경기에서 삼성 타선은 9이닝 평균 4.42점을 지원했다. 그리 많은 점수는 아니지만 배영수가 승리를 거둔 9경기에서는 9이닝 평균 6.94점을 팍팍 지원했다. 삼성 불펜도 배영수의 승리를 2차례 날린 바 있지만 대신 9차례나 지켜냈다. 특히 승리를 지킨 이닝이 33이닝이나 된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올해의 배영수는 이 같은 행운을 누릴 자격이 충분하다. 팔꿈치 수술 전 강속구를 뿌려대며 명실상부한 에이스 노릇을 해낸 시절 배영수는 지독하리만큼 승운이 따르지 않았다. 2005년에는 173이닝을 던지며 2점대(2.86) 방어율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11승11패라는 성적표를 받는데 그쳤다. 17차례의 퀄리티 스타트를 하고도 패전만 5차례나 떠안을 정도로 득점지원이 미비했다. 퀄리티 스타트 미만으로 따낸 선발승은 1승뿐이었다. 2006년에도 배영수는 팀 내에서 가장 많은 157⅓이닝을 던지며 2점대(2.92) 방어율을 기록했으나 아예 두 자릿수 승수도 거두지 못했다. 8승9패4홀드. 오히려 승보다 패가 더 많았다. 퀄리티 스타트가 11차례였는데 그 중 4차례나 패전을 기록할 정도였다. 삼성이 2005~2006년 각각 614점·538점으로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득점을 올린 타선이었다는 것을 떠올리면 배영수에게는 잔인한 불운이었다. 불운의 세월을 이겨낸 만큼 행운을 받을 자격이 있는 배영수지만 최근에는 확실히 투구내용도 좋아졌다. 9월 4경기에서 2승1패 방어율 3.06으로 호투하고 있다. 130km 후반대에 그친 직구 구속을 140km 초반으로 끌어올렸고, 전매특허인 슬라이더의 각도 예리해졌다. 24일 롯데전에서는 올 시즌 최다 탈삼진 6개를 잡을 정도. 배영수는 “올림픽 기간 휴식을 취한 후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 포스트시즌은 마음가짐이 다르기 때문에 공도 달라질 것으로 믿는다. 작년 TV로 포스트시즌을 볼 때 가슴이 아팠다. 올해는 작년에 못한 것까지 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