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 공동 1위' 김태균, 독보적인 시즌 묻히나
OSEN 기자
발행 2008.09.25 10: 55

[OSEN=이상학 객원기자] 결국 홈런에서도 따라잡혔다. 롯데 외국인 거포 카림 가르시아가 지난 24일 대구 삼성전에서 8회 안지만으로부터 132km 슬라이더를 받아쳐 좌중월 담장을 그대로 넘어가는 비거리 125m 솔로 홈런을 작렬시켰다. 시즌 30호 홈런으로 이 부문 공동 1위로 올라서는 순간, 그동안 홈런 선두 자리를 꿋꿋하게 지킨 한화 4번 타자 김태균(26)은 넋놓고 홈런 1위 자리를 공유하게 됐다. 이미 타점에서는 추월당한 김태균으로서는 힘이 빠지는 시즌 막판이다. 김태균은 올 시즌을 데뷔 후 최고의 한해로 만들었다. 계속된 부상으로 11경기나 결장한 가운데에서도 112경기에 출장해 타율 3할2푼5리·30홈런·91타점·80득점으로 펄펄 날았다. 출루율도 4할1푼9리이며 장타율은 무려 6할2푼2리나 된다. 득점권 타율도 3할8푼7리. 타격 4위, 홈런 공동 1위, 타점·득점 공동 3위, 출루율 2위, 장타율 1위, 득점권 타율 1위에 올라있다. 거의 모든 면에서 최정상급의 성적을 내고 있는 것이다. 전반기 MVP는 누가 뭐래도 김태균이었다. 그러나 후반기 소속팀 한화의 대추락과 함께 상대적으로 활약상이 묻히고 있는 상황이다. 타점을 추월한 데 이어 홈런마저 추월하려는 가르시아뿐만 아니라 김현수(두산)까지 타격·최다안타·출루율 1위를 내달리며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공식 개인타이틀 중 김태균이 확실하게 확보한 것은 장타율뿐이다. 적어도 ‘김무관’에서는 벗어날 수 있지만 장타율 타이틀은 크게 어필하지 못한다. 김태균으로서는 시즌 초반 11경기 결장이 홈런·타점 누적기록에서 손해를 본 것이 아쉽다. 김태균은 경기당 평균 홈런이 0.27개로 가르시아(0.25개)보다 좋다. 후반기에는 1~2번 테이블세터와 3번 덕 클락의 부진으로 졸지에 1번 타자가 되어버렸다. 가르시아가 후반기에만 득점권 타석이 37차례나 있었던 반면 김태균은 단 16차례밖에 없었다. 오히려 주자없는 상황에서 나온 게 무려 59차례나 될 정도로 지독할 만큼 타점 찬스가 주어지지 않았다. 김태균은 전반기에만 하더라도 매우 유력한 MVP 후보였다. 의심의 여지가 없었지만 후반기 예기치 못한 불운으로 불투명해졌다. 남은 3경기에서 7경기를 남겨둔 가르시아보다 더 많은 홈런포를 생산해 타자 MVP의 상징인 홈런 타이틀을 거머쥐는 것이 김태균에게는 최대 관건이다. 그러나 사실상 포스트시즌에서 탈락한 팀 성적이 또 발목을 잡는다. 지난 2005년 롯데 손민한이 포스트시즌 탈락 팀에서 나온 유일한 MVP. 그해 손민한은 투수 MVP의 상징인 다승·방어율 2관왕이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김태균이 올 시즌 가장 독보적인 타자였다는 점이다. 정확한 타격과 가공할만한 장타 그리고 타점 본능에서 김태균은 최정상급이었다. 김현수가 홈런 8개로 장타력이 다소 부족했고, 가르시아가 타율 2할8푼3리로 정확성이 조금 더 떨어졌다는 것을 고려하면 김태균은 더욱 돋보인다. 그러나 마지막 자존심이라 할 수 있는 홈런 타이틀을 사수하지 못하면 그대로 묻힐 가능성이 높다. 김태균은 “타이틀에도 인연이 있는 모양이다. 난 인연이 없는 편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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