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잘해서 내가 낄 자리가 없을 것 같다". 일찌감치 한국시리즈 직행을 확정지은 SK 선수들이지만 여전히 긴장의 고삐를 놓지 않고 있다. SK는 지난 24일 문학 LG전에서 0-1로 뒤진 8회 박재상의 역전 2루타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경기 초반에는 상대 선발 옥스프링의 완급 조절 페이스에 말린 것은 물론 견제사, 주루사, 번트 실패 등이 계속 겹쳤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에는 투·타가 동시에 무서운 집중력을 보였다. 이에 대해 SK 선수들은 베테랑이나 어린 선수 할 것 없이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규시즌 내내 공헌하고도 정작 제일 중요한 순간인 가을잔치 무대에는 설 수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은 선수로서는 기분 상할 일이다. 결국 선수가 코칭스태프에 자신을 어필시킬 방법은 훈련과 경기에 열심히 나서는 것 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짧은 이닝을 소화하지만 중요한 핵심전력으로 지난해와 올해 맹활약한 좌완 투수 가득염은 "정말 젊은 애들이 너무 잘해주고 있다. 초반에 점수를 준다해도 질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라면서도 "정우람, 이승호가 잘해주고 있는데 내가 낄 자리가 있을지 모르겠다. 더 열심히 하는 수 밖에 없다"고 각오를 다졌다. 올 시즌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투터운 SK 내야진을 구성할 수 있었던 핵심인 신인 모창민도 "솔직히 계속 방망이가 안맞다 보니 점점 자신감이 떨어지는 것 같다"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조건 열심히 하는 것이다. 꼭 나가서 안타 하나라도 쳐야 한다"고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이는 재활군에 있는 선수라고 다르지 않다. 어깨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돼 훈련하고 있는 조웅천은 이날 김성근 감독을 만나기 위해 모습을 드러냈다. 조웅천은 "아무리 우리팀이지만 워낙 잘해주고 있어서 내가 낄자리나 있을까 모르겠다"면서 "아무래도 나의 존재를 감독님께 알리기 위해서라도 이렇게 한 번씩 찾아뵈야 한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지난 23일 문학 한화전에서는 27세인 조동화가 최고참인 선발라인업을 선보였다. 베테랑이 긴장할 만 했다. 이에 대해 올해 해결사 본능을 유감없이 뽐내고 있는 박재홍은 24일 경기에 앞서 "우리 애들 정말 잘하더라. 워낙 잘해왔으니까 걱정 같은 건 안했다. 이제 곧 SK 주축이 될 선수들"이라고 치켜세우면서도 "그 경기 뿐 아니라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매 경기가 계속 경쟁의 연속이다"고 말했다. 가장 치열한 SK 외야수 중 중견수로 절대적인 김성근 감독의 신임을 받고 있는 김강민은 그날 경기에 대해 "우리끼리 계속 잘해왔기 때문에 잘할 자신이 있었다"고 말했지만 곧 "그렇지만 결정적인 순간이 필요할 때는 박재홍, 김재현 선배가 정말 생각이 나더라. 그 선배들이 나왔다면 이미 초반에 승부가 결정났을 것"이라고 베테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렇듯 SK는 넘쳐나는 자원들에 대해 김성근 감독도 "나도 고민"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조화'를 중시하는 김 감독은 한국시리즈에서는 결국 경험과 힘을 적절하게 안배하기 위해 베테랑과 젊은 선수들을 균형있게 배치할 것으로 보인다. 쉴 사이 없이 페넌트레이스를 달려온 SK는 이제 한숨을 돌릴만도 했지만 여전히 경쟁 중이다. SK를 상대로 한 순위경쟁이나 승수쌓기는 끝까지 안심을 놓을 수 없는 현실이다. letmeout@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