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치프레이즈로 보는 8개 구단의 2008년
OSEN 기자
발행 2008.09.25 17: 52

[OSEN=이상학 객원기자] 매년 프로야구 8개 구단은 새시즌을 앞두고 캐치프레이즈를 내건다. 캐치프레이즈는 시즌 내내 선수단과 함께 하며 덕아웃 옆에 현수막으로 내걸어진다. 시즌 초에는 어느 팀이나 캐치프레이즈대로 장밋빛이지만 시즌 막바지에는 캐치프레이즈대로 된 팀은 많지 않다. 캐치프레이즈로 8개 구단의 2008년을 돌아본다. ▲ SK, Fan First! Happy Baseball! 지난해 SK는 스포테인먼트를 내걸고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차지하며 성적과 인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Fan First! Happy Baseball’이 바로 지난해 캐치프레이즈였다. 이례적으로 2년 연속으로 같은 캐치프레이즈를 그대로 쓰고 있다. 팬을 먼저하는 행복한 야구는 변함없다. 사인 요청을 거부하는 선수들에게 벌금을 물릴 정도로 팬들을 왕으로 모시는 SK는 2년 연속 페넌트레이스 1위를 확정해 팬과 함께 그야말로 행복이라는 인천 앞바다에 빠졌다. SK는 인천 연고 사상 처음 70만 관중을 돌파했다. ▲ 두산, 2008 Jump! Hustle Doo! 우승을 향해 힘차게 도약하는 것을 상징하는 점프와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야구를 추구한다는 의미의 허슬두를 합친 것이 올해 두산의 캐치프레이즈 정의다. 지난해 2위였던 두산은 올해도 2위니 아직 점프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시리즈 진출의 중요한 교두보인 2위를 거의 잡았다. 무엇보다도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야구를 하고 있다. 올 시즌 팀 득점 1위가 바로 606점의 두산이다. 이종욱을 비롯해 두산 선수들의 유니폼은 언제나 흙으로 뒤덮혀있다. 선발진이 무너졌지만 대신 중간 투수들이 군말하지 않고 던진다. 허슬의 상징이다. ▲ 롯데, Something New Just for You! ‘Something New’는 선수단의 승리를 향한 의지와 열정을 바탕으로 매번 팬을 위해 새로운 시도와 변화를 하려는 의지를 나타낸다. 사상 첫 외국인 사령탑 제리 로이스터 감독의 개혁과 함께 롯데는 승리를 향한 의지와 열정으로 변화에 성공했다. ‘Just for You’는 팬을 위한 재미있는 야구를 펼치겠다는 의지를 담았는데 2008년 롯데팬들은 즐겁다. 종종 클러치에러로 뒷목 잡는 경우도 있지만 말이다. 그러나 누가 뭐래도 롯데의 비공식 캐치프레이즈는 ‘가을에도 야구하자’이다. 올해 롯데는 하늘이 두쪽나도 가을에 야구한다. ▲ 삼성, WITH FANS, WITH PASSION, GO V5! 지난해보다 대구 홈경기 관중이 11.1%가 늘었다. 야구장을 찾는 관중들이 조금 더 늘었으니 팬과 함께 하는 시즌이 되고 있다. 야구 내적으로도 팬들이 좋아할만해졌다. 박석민·최형우·채태인·우동균 등 뜨거운 열정을 가진 젊은 타자들이 급성장하며 과거 한 방으로 장악한 삼성야구의 에너지가 조금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양준혁처럼 야구와 열애하는 40대 청년도 있고, 정현욱처럼 마운드에서 물불 가리지 않는 투사도 있다. 1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 눈앞으로 다가온 만큼 다섯 번째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도 얻었다. ▲ 한화, Happy Together, Hanwha Eagles! ‘한화 이글스와 함께 하면 모두 더욱 행복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전반기에는 캐치프레이즈대로 모두가 행복했다. 4번 타자 김태균의 홈런과 타점은 별명처럼 늘어났고 덕 클락과 추승우라는 보물도 하늘에서 뚝 떨어졌다. 팀 성적도 좋았지만 경기가 워낙 재미있었다. 약속의 8회를 통해 역전의 명수로 거듭났다. 종종 선수들은 몸 개그까지 하며 팬들을 기쁘게 했다. 그러나 후반기 상황이 급반전됐다. 분명 선수들은 그대로인데 경기력이 딴판이었다. 적어도 후반기만큼은 한화 이글스가 아니라 ‘화나 이글스’였다. ▲ KIA, New Start! KIA Tigers! Go V10! 새로운 단장과 새로운 감독 그리고 새로운 메이저리거들로 2008년을 열었다. 그러나 KIA의 새로운 출발은 감독교체 때마다 있었던 말이다. 결국 타이거즈의 10번째 우승은 지난 1997년 9번째 우승 이후 무려 11년이 지났지만 또 다시 물거품되고 말았다. 새로운 출발의 상징이었던 서재응과 최희섭 그리고 외국인선수 2명까지 메이저리거들은 한 명도 풀타임을 소화하지 못했다. 새로운 출발은 얼마 가지 않아 급제동이 걸렸다. KIA는 8개 구단 가운데 가장 오랫동안 한국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는 팀이다. ▲ 히어로즈, We Go Together 캐치프레이즈는 일반적으로 팬들의 공모를 통해 선정된다. 그런데 제8구단 히어로즈는 메인스폰서와 조인식을 가진 자리에서 캐치프레이즈를 발표했다. ‘We Go Together’. ‘함께 나가자, 함께 만들어가자’는 취지에서 쓴 표현이라지만, 누가 보더라도 우리담배의 주력상품인 WIGO(위고)를 연상케 하는 문구였다. 그런데 우리담배와 히어로즈는 캐치프레이즈와는 다르게 마지막까지 함께 하지 못했다. 우리담배는 시즌 중 표기중단과 함께 후원중단했다. 내년에 노장 선수들도 히어로즈와 함께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 LG, 다시 부는 신바람, 팬과 함께 V3! 1990년대 LG와 신바람은 이음동의어였다. 그러나 2000년대 LG와 신바람은 대척점에 떨어진 관계가 되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LG에게는 신바람이 따라붙는다. 올해도 어김없이 ‘고유의’ 신바람 야구로 우승을 달성하겠다는 의지로 캐치프레이즈를 선정했다. 그러나 신바람은 커녕 찬바람만 불었다. 지난해까지 LG팬들은 찬바람이 불어도 함께 하는 독종이었지만 올해는 조금 다르다. 올해 LG의 홈관중은 76만525명으로 롯데-두산 다음이다. 팀 성적 꼴찌는 2년 전에 한 차례 있었지만 홈관중 동원 3위는 처음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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