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애틀랜타, 김형태 특파원] 누구나 인정하듯 추신수(26.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올 시즌 활약은 '기대 이상'이다. 공격 전부문에서 깜짝 놀랄 성적을 올리면서 내년 시즌 아메리칸리그에서 가장 기대되는 타자 중 한 명으로 꼽힐 정도다.
재활 훈련 탓에 풀시즌을 치르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어차피 지난 겨울부터 구단은 올 한 해를 '적응의 시기'로 삼고 있었다. 추신수가 적응 수준을 넘어 리그를 폭격하는 것을 지켜본 뒤 드는 아쉬움일 뿐이다.
다방면에서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는 추신수이지만 장타력의 폭발적인 상승은 예상치 못했던 일이다. 클리블랜드는 추신수를 '갭파워(Gap Power)'가 뛰어난 중장거리형 타자로 인식해왔다. 좌중간 또는 우중간 사이를 가르는 2루타를 양산할 능력이 있지만 장타자로는 보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추신수는 성장하기에 따라서는 슬러거로 발돋움할 수 있음을 지금까지 보여주고 있다. 타자의 장타력을 측정하는 방법에는 몇 가지가 있다. 우선 장타율을 꼽을 수 있는데, 여기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타자의 타율이 포함돼 있어 순수한 파워능력을 평가하기에는 다소 미흡하다.
장타율 공식은 '(단타)+(2*2루타)+(3*3루타)+(4*홈런) / 타수'로 구성된다. 공식 내에 타율(안타/타수)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실제 장타력이 떨어지더라도 타율이 높은 선수는 기본 장타율이 좋을 수밖에 없다.
타자의 '순장타율'을 평가하는 방법은 그래서 따로 있다. 장타율에서 타율을 뺀 ISO(Isolated Power)가 그 중 하나다. '(2루타)+(3루타)+(3*홈런) / 타수'로 구성되는 ISO는 공식 자체에서 타자의 순수한 파워 능력을 평가한다. 보통 5할이 넘으면 파워히터로 인식하는 장타율과 달리 ISO는 2할 이상 기록할 경우 파워능력이 대단한 것으로 인정받는다.
올 시즌 장타율 5할4푼5리를 기록 중인 추신수의 ISO는 2할3푼7리. 300타석 이상 기록한 선수 가운데 리그 18위를 차지하고 있다. '인간 승리' 조시 해밀턴(텍사스, 0.225), '괴물' 블라디미르 게레로(LA 에인절스, 0.210), '2006년 MVP' 저스틴 모너(미네소타, 0.206)보다 뛰어나다. 단순히 장타력만 고려한 수치에서 톱20에 든다는 것은 파워히터의 자질이 충분함을 의미한다.
타자의 장타력을 평가하는 척도는 또 있다. 장타력에 출루능력과 도루 능력을 종합해서 평가하는 SECA(Secondary Average)에서도 추신수는 상위권에 랭크돼 있다. 오로지 안타를 때려내는 능력만 파악하는 타율을 보완하기 위해 고안된 SECA는 장타력과 출루능력, 그리고 도루 능력을 모두 고려한다.
'(루타-안타)+볼넷+(도루-도루실패) / 타수'로 구성되는 SECA에서 추신수는 리그 12위(0.380)를 차지하고 있다. 잭 커스트(오클랜드, 0.473)기 1위인 가운데 팀동료 그래디 사이즈모어(0.451) 카를로스 페냐(탬파베이, 0.447), 알렉스 로드리게스(뉴욕 양키스, 0.431) 등이 톱10을 구성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장타를 많이 기록하면서 볼넷 또한 상당한 숫자를 기록하는 선수들이다. 파워와 선구안이 탁월한 선수들의 무리에 추신수가 당당히 명함을 내밀고 있는 셈이다.
2001년부터 프로 생활을 시작한 추신수에게 올해는 개인 최고의 시즌이다. 항상 최고의 유망주로 꼽혔음에도 지난해까지 경험한 마이너리그 7시즌 동안 올해와 같은 성적은 찾아보기 어렵다. 풀시즌을 치른 2004년 샌안토니오(시애틀 산하 더블A)에서 기록한 15홈런이 개인 최다였다. 첫 두 달을 결장했음에도 추신수는 메이저리그에서 이 기록에 2개차로 접근했다.
2002년 싱글A 위스컨신에 기록한 2루타 24개의 기록은 올 시즌 28개를 기록하며 이미 넘어섰다. 90경기 이상 출장한 시즌 가운데 최고 OPS 역시 올 시즌 수립했다. 추신수의 올해 OPS 9할4푼3리는 리그 5위이고, 후반기 기록만 평가할 경우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4위권(1.037)이다. 추신수보다 높은 기록을 올린 선수는 매니 라미레스(LA 다저스, 1.221), 마크 테셰이러(에인절스, 1.138), 앨버트 푸홀스(세인트루이스, 1.100) 뿐이다.
이 모든 수치가 의미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추신수가 '대단히 뛰어난 타자'라는 것이다. 물론 한 해의 활약으로 모든 것을 속단할 수는 없다. 진정한 실력 평가는 풀시즌을 몇차례 더 치러봐야 알 수 있다.
그러나 2008년 추신수는 모든 면에서 출중한 '만능 선수'로 도약이 가능하다는 점을 입증하고 있다. 본격적인 풀타임 주전이 예상되는 내년 이후 활약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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