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훈 건강칼럼] 얼마 전 모 방송사의 가상결혼 프로그램에서 출연한 가상 연예인 부부가 네 쌍둥이를 맡아서 돌보는 미션을 방영한 적이 있다. 필자는 이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편안하게 시청하지 못하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 가지는 산부인과 전문의로서 ‘실제 네 쌍둥이의 부모는 어떻게 네 쌍둥이를 임신하게 되었으며, 임신 중에 얼마나 많은 검사와 조산 등에 대한 걱정을 하면서 지냈을까’하는 생각이었다. 또 다른 하나는 부모 된 입장으로서 ‘요즘 하나 키우기도 힘든데 어떻게 둘도 아니고 셋도 아니고 넷이나 키울 수 있을까?’란 생각으로 진지한 눈빛으로 시청하게 만들었다. 일반적으로 대다수의 부부는 단태임신(한 태아만 임신)을 한다. 또 전체 분만 중 둘 이상의 태아를 임신하는 다태임신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 정도로 알려져 있다. 쌍둥이 임신의 발생 빈도는 한 수정란에서 분할되는 일란성 쌍둥이의 경우, 250 출생 당 1회로 모든 인구 집단에 걸쳐 상당히 일정한 비율로 발생한다. 그에 반해 이란성 쌍둥이는 2개의 난자에 각각의 정자가 수정된 경우로 불임부부를 위한 보조생식술(Assisted Reproductive Technology)이 발달하고 늦은 나이에 임신하게 되는 경우가 늘면서 최근 쌍둥이 임신이 증가하는 추세다. 쌍둥이를 임신한 임신부들이 산전 진찰 중에 일란성인지 이란성인지에 대한 질문이 많다. 이 때 두 태아의 성별이 다른 경우는 이란성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아주 특이한 염색체 질환을 제외한 경우), 두 태아의 성별이 같은 경우는 일란성과 이란성의 정확한 구별은 출생 후 여러 가지 검사를 통해서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다태임신의 경우 단태임신에 비해서 산모가 겪는 신체의 변화도 심한 편인데 보통 임신 초기에 입덧이 더 심하고 임신 중에 복용하는 철분과 엽산의 요구량도 더 늘어나게 된다. 일반적으로 발생 가능한 합병증을 살펴보면 출산 전은 빈도순으로 빈혈, 조기양막파수를 포함한 조기진통, 임신성고혈압, 장궁경부무력증, 태반조기박리 등이 있다. 분만 중 합병증으로는 장궁기능부전, 유착태반이 있고 산후 합병증으로는 산후출혈이 있다. 보편적으로 단태임신의 경우에는 임신 42주 이후를 지연임신이라 해서 과숙된 신생아를 분만하고 여러 가지 합병증이 발생한다고 정의하지만 쌍둥이 임신의 경우에는 40주 이후를 지연임신으로 본다. 쌍둥이 임신의 평균 주수는 약 36.3 ± 2.9주이며, 37-38주군이 42.2%, 37주 미만의 군이 59.4%로 대부분의 쌍둥이 임신이 조산된다는 보고가 있다. 조산은 쌍둥이 임신에서 신생아의 이환율과 사망률의 주된 원인으로 알려져 있으나, 일단 조산하고 나면 같은 임신기간의 단태아의 예후가 같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조기진통의 예측을 위해 임신 중기(24주경)에 질식초음파로 자궁 경부 길이의 측정을 통해 그 길이가 25mm 이하이면 32주 이전의 조산을 예측할 수 있다. 쌍둥이 임신은 태반 형성의 유형, 즉 융모막과 양막의 수에 따라 분류된다. 두융모막 두양막 쌍둥이 임신은 각각의 태아가 각각의 융모막과 양막에 둘러싸인 것이고, 단일융모막 두양막 쌍둥이 임신은 각각의 태아가 각각의 양막강 내에 위치하지만 하나의 융모막이 이 2개의 양막강을 둘러싸는 것이며 태반을 공유하게 된다. 이와 같은 융모막성과 양막성은 주로 임신초기 초음파상의 진단이 가능하기 때문에 임신초기 초음파 소견이 향후 쌍둥이 임산부 관리에 중요한 자료가 된다. 다태임신은 단태임신과 달리 고유한 합병증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첫 번째는 불일치 쌍둥이(discordant twin)로 쌍둥이간의 성장 차이가 있는 경우다. 쌍둥이 사이의 체중불일치는 9.2%로 보고되고 있으며 이는 한쪽 태아의 성장지연 때문이며, 체중 차이가 클수록 주산기 사망률이 비례해서 증가한다. 일반적으로 임신 2분기 말이나 3분기 초에 나타나는데, 불균형이 일찍 진단될수록 심각한 후유증을 초래한다. 이러한 불일치 쌍둥이는 초음파로 쌍둥이의 성장을 관찰하고 양수과소증 유무를 관찰하는 것이 태아의 위험성을 예측하는데 도움이 된다. 두 번째로 단일 융모막 쌍둥이의 약 1/4에서 발생하는 쌍둥이 간 수혈증후군(twin-to-twin transfusion syndrome)이 있다. 이것은 두 쌍태아가 태반을 공유하면서 서로의 동맥과 정맥 사이의 연결로 인해 혈액을 주는 태아는 빈혈과 성장지연이 발생하고, 혈액을 받는 태아는 적혈구증가증 또는 수종, 울혈성심부전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쌍둥이간 수혈증후군의 진단 기준의 논란이 있으나, 1) 체중이 15-20% 이상 차이나고 2) 혈색소치가 5g/dL 이상 차이나며 3) 작은 아이가 빈혈을 보일 때 진단할 수 있다. 초음파상 쌍둥이간의 체중 차이와 양수 차이(양수과소증과 양수과다증)가 있는 경우 의심해볼 수 있다. 또 치료방법으로는 양수감압술, 사이막절개술 등이 있으나 요즘은 태아 간 연결되어있는 혈관의 레이저 절제술 등을 시행할 수 있다. 쌍둥이 임신부의 분만 방법은 태아의 선진부 위치와 관련되어 있다. 두 태아의 머리가 아래쪽인 머리태위-머리태위인 경우는 산과적인 특별한 금기증이 없는 한 자연분만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첫째 태아의 태위가 머리태위가 아닌 경우는 제왕절개술을 시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첫 번째 태아는 머리태위이고 둘째는 아닌 경우에는 산과의사의 숙련도에 의해 분만방법을 결정한다. 자연분만을 시행하기도 하나 현재 의료현실상 머리태위-비머리태위 순서인 경우는 제왕절개술을 시행하는 경우가 더 많다. 불임부부 지원사업의 활성화와 보조생식술의 발달로 쌍둥이 임신부를 만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게 되었다. 모든 산모가 임신 중에 새로운 생명의 잉태와 새로운 가족 구성원에 대한 희망과 꿈을 꾸지만 신체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힘든 즐거움’일 것이다. 많이 힘들겠지만 태어날 새 생명을 위해 힘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글 : 장스여성병원 산부인과 전문의 서영훈 과장] [OSEN생활경제팀]osenlif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