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K' 이혜천, '광속 좌완'으로 돌아오다
OSEN 기자
발행 2008.09.26 22: 19

'150km를 던지는 왼손 투수는 지옥에 가서라도 데려온다'라는 말이 있다. 한때 광속구를 던지며 '국제용 좌완'으로 평가 받았던 두산 베어스의 주축 좌완 이혜천(29)이 다시 거침 없이 빠른 직구를 선보이며 삼성 라이온즈 타선을 제압했다. 이혜천은 26일 잠실 삼성전서 선발로 등판, 5⅔이닝 동안 2피안타(사사구 5개, 탈삼진 8개) 무실점의 호투를 선보이며 시즌 7승(4패, 26일 현재)째를 따냈다. 직구 최고 150km에 130km대 후반에 달한 빠른 체인지업과 투심, 슬라이더가 삼성 타자들의 배트를 농락하며 맹위를 떨쳤다. 몸쪽 제구에 어려움을 겪으며 투구수 107개를 기록한 것은 아쉬움이 있었으나 실점 위기 속에서 적시타를 허용하지 않는 모습은 분명 전반기 때의 이혜천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서늘해진 날씨와 대조적으로 불을 뿜었던 이혜천의 직구는 포스트시즌을 앞둔 두산 투수진에 커다란 희망을 안겨 주었다. 경기 후 이혜천은 "150km가 찍히길래 나도 놀랐다"라고 밝혔다. 2006시즌 선발 투수로 활약하며 구속보다는 제구에 중점을 두었던 이혜천이었기에 그의 반응은 더욱 신선해보였다. 특히 이혜천은 3회초 2사 만루서 이전 등판(5월 17일 잠실 삼성전)서 3점 홈런을 빼앗았던 천적 박석민(23)을 상대로 4구 모두 직구를 구사, 삼진으로 잡아내는 괴력을 과시했다. 4구 모두 148~150km의 구속을 스피드건에 새겨 넣으며 잠실 구장을 찾은 1만7561명의 관중들의 환호성을 자아내게 했다. 마치 2000년대 초반 이혜천의 경기를 연상시키는 투구였다. 박석민을 위기 상황서 삼진으로 잡아낸 데 대해 이혜천은 "아무래도 이전 등판서 난타 당한 것이 있어서 의식하고 세게 던졌다. 몸쪽으로 질러잡는 데 주력했는 데 이것이 잘 맞아 떨어졌다"라며 "날씨가 쌀쌀해지기는 했는 데 그래도 등판 지시에 따르면서 맡은 바 소임을 다해야 하지 않겠나"라는 말로 팀의 기둥 투수 중 한 명 다운 모습을 보였다. 이혜천은 2006시즌부터 승운이 따르지 않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었다. 호투한 경기서는 타선 지원이 빈약하거나 계투진의 난조가 이어졌고 자신이 초반부터 무너져 내린 경기도 꽤 많았다. 그에 대해 이혜천은 "내 승운 보다는 팀 승리가 더 중요하다. 계투진을 못 던졌다고 경기 후 원망할 수 없지 않은가. 워낙 팀워크가 좋아 서로 이해하고 위로하는 분위기라 괜찮다"라고 밝혔다. 다가 올 포스트 시즌 계획에 대해 이혜천은 "감독님께서 어떤 보직을 주시던지 멋진 모습을 보낸 뒤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고 싶다"라며 남은 시즌 각오를 이야기했다. 한편 승장 김경문 감독은 "선발 혜천이와 김명제(21)-정재훈(28)으로 이어진 투수진이 좋은 활약을 선보인 덕분에 이길 수 있었다"라며 1-0 한 점차 신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양팀은 27일 선발 투수로 각각 맷 랜들(31. 두산)과 윤성환(27. 삼성)을 예고했다. farinelli@osen.co.kr '2008 삼성 PAVV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가 26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졌다. 6회초 두산 선발 이혜천이 무실점 호투를 이어가고 있다./잠실=민경훈 기자rumi@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