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이것 밖에 안되나 자괴감이 든다". LG의 베테랑 타자 최동수(37)가 일찌감치 포스트시즌 진출권에서 탈락한 소감을 가감없이 털어놓았다. 지난 26일 문학 SK전에 앞서 담담한 표정으로 덕아웃에 앉아 있던 최동수는 소속팀 LG의 올 시즌을 돌아보며 "실망스럽거나 후회스럽다기보다는 우리가 정말 이것 밖에 안되는 건가 하는 자괴감이 든다"고 다소 격한 표현으로 실망감을 표현했다. 지난 2002년 이후 가을잔치에 초대받지 못했던 LG는 지난 시즌을 앞두고 김재박 감독을 사령탑으로 영입, 포스트시즌 진출의 꿈을 꿨다. 아쉽게 5위로 4강 문턱에서 좌절했지만 올 시즌에는 분명 다를 것이라 믿음이 있었다. 그러나 LG는 시즌 초반부터 계속 하위권에 머물더니 제대로 된 힘 한 번 써보지 못한 채 사실상 최하위로 시즌을 마치게 됐다. 4경기를 남겨 둔 상황에서 7위 히어로즈(46승 73패)에 4.5경기차로 뒤져 있다. 지난 3월 29일 문학 SK와의 시즌 개막전 패배 후 다음날 승리했지만 곧바로 4연패와 3연패를 거듭했다. 5월 시작부터 속절없는 9연패에 빠지더니 6월에는 6연패에 이은 9연패로 재기불능 상태가 돼버렸다. 최동수는 "사실 반전의 기회도 없었다"며 "한 두 명의 부진이 마치 전염병처럼 팀 전체로 번졌고 팀 분위기에 휩쓸려 어느새 지금에 이르렀다"고 허무해했다. 또 최동수는 "팀워크는 개인 기량이 어느 정도 돼야 가능한 것이다. 그런 뒷받침 없이 무턱대고 팀분위기가 좋다고 해서 성적이 날 수는 없다"고 말한 뒤 "젊은애들은 자신이 부족한 부분을 어떻게 채워야 하는지에 대해 서툰 것 같다. 무턱대고 2000번의 스윙, 3000번의 스윙을 한다고 3할이 되는 것은 아니다.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 뭔가 부족하다"고 냉정하게 평했다. 그렇지만 내년 시즌에 대한 밝은 전망도 잊지 않았다. 최동수는 "후반기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전반기와 비교해 성적은 별반 다르지 않지만 뭔가 하려는 움직임이 느껴지고 있다"며 "지더라도 맥없이 지는 것 같지는 않다. 끝까지 뭔가 해보려는 의지가 보인다"고 최근 덕아웃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올해는 많은 유망주들이 주전으로 뛴 시즌"이라면서 "작년까지는 백업으로 뛰었던 만큼 피부에 크게 와닿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자신들이 직접 뛰면서도 최하위라는 성적표를 받아든 만큼 뭔가 느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즌을 마친 후 진주에서 마무리 훈련에 나설 LG. 올 시즌 최하위라는 쓴잔 속에 단장과 스카우트까지 교체한 LG가 내년 시즌 달콤한 열매를 따낼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그 중심에는 최동수라는 늦깎이지만 흔들림 없는 중심타자가 버티고 있다. letmeout@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