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팀이 이런데 타이틀이고 MVP가 뭐가 중요해요?” 한화 4번 타자 김태균(26)은 데뷔 후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113경기에서 402타수 131안타, 타율 3할2푼6리·30홈런·91타점·80득점으로 펄펄 날았다. 출루율도 4할1푼9리, 장타율도 6할2푼2리. 타격·득점 4위, 안타 7위, 홈런 공동 1위, 타점 4위, 출루율 2위, 장타율 1위에 랭크돼 있다. 시즌 초반 부상으로 11경기에나 결장한 것을 고려하면 더욱 더 대단한 성적이다. 전반기에는 결코 의심의 여지가 없는 MVP였다. 그러나 후반기 팀의 믿기지 않는 대추락으로 김태균의 존재감도 희미해지고 있다. 후반기에는 두산을 2위로 이끌고 있는 만 스무살의 리딩히터 김현수와 홈런·타점 1위로 뛰어오르며 롯데를 8년 만에 가을잔치로 이끈 카림 가르시아가 주목받고 있다. 투수 부문에서는 SK의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이끌고 트리플 크라운까지 가시권에 두고 있는 김광현에게 모든 이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태균은 MVP 후보들 중에서 소외받고 있는 실정이다. 김태균도 이를 잘 실감하고 있다. 김태균은 “팀이 이런데 타이틀이 뭐가 중요하고, MVP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웃는 낯이었지만 아쉬움이 진득하게 배어있었다. “팀 성적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고 있다”는 것이 김태균의 말이다. 그렇다면 MVP는 둘째치고 김태균이 올 시즌 최고의 타자라는 점은 틀림없다. 출루율과 장타율을 OPS가 1점대(1.041)인 선수는 김태균이 유일하다. 김태균에게는 김현수에게 없는 장타력, 가르시아에게 없는 정확성을 모두 겸비했다. 하지만 김태균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김태균은 “올해 최고 타자는 (김)현수다. 정말 잘한다. 가르시아도 나보다 잘하고 있지 않은가. 타점이 나보다 훨씬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타점이 적은 건 김태균의 탓이 아니다. 후반기 1~2번 테이블세터와 3번 덕 클락의 부진으로 김태균에게는 좀처럼 타점 찬스가 오지 않았다. 가르시아가 후반기 득점권 타석이 40차례나 있었던 반면 김태균은 16차례밖에 없었다. 오히려 주자없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 무려 62차례나 될 정도. “난 1번 타자”라는 김태균의 말은 절대 농담이 아니다. 득점권 타율이 3할8푼7리로 2위임에도 불구하고 타점이 4위로 밀려난 것은 아이러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고통은 포스트시즌 진출이 사실상 좌절됐다는 점이다. 김태균은 “3년 연속 가을잔치에 나갔는데 올해 못 나가면 정말 섭섭할 것이다. 아직 가능성이 남아있다. 올해도 가을잔치에 나간다.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까지 큰 스윙을 하지 않고 팀배팅하겠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김태균은 9월 16경기에서도 타율 3할2푼3리로 분투하고 있지만 장타는 6개로 장타율이 4할7푼7리로 떨어졌다. 팀을 위해 정확한 배팅을 한 까닭이다. 김태균은 “팀 성적이 안 되면 아무 것도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입술을 깨물었다. 올 시즌 최고 타자 김태균이 자칫 장타율 타이틀만 건진 채 시즌을 마칠지도 모르게 됐으니 한탄도 할 만하다. 하지만 김태균은 “타이틀은 장타율이라도 확보하지 않았나. 이제 무관은 아니다. 그래도 큰 의미는 없다”고 쓸쓸하게 웃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