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결국 이대로 끝나는가. 한화의 2008년이 저물어가고 있다. 지난 3년간 경험한 가을잔치는 이제 TV 중계로 봐야 할 판이다. 한화는 지난 27일 사직 롯데전에서 연장 10회 승부에서 3-4로 역전패당했다. 이날 4위 삼성도 두산에 패해 승차를 0.5경기로 줄일 수 있었지만 어이없는 역전패로 분루를 삼키며 1.5경기차가 그대로 유지됐다. 이제 한화가 1패만 하거나 삼성이 1승만 거둬도 4강 가능성은 소멸된다. 한화에게는 트래직넘버가 ‘1’이 되는 것이다. 올 시즌 한화는 4강 전력으로 평가되지 않았다. 지난해에 비해 이렇다 할 전력보강이 없었던 데다 구대성과 문동환 등 베테랑 투수들의 부상공백이 불가피했다. 시즌 전 미디어데이에서는 김성근·김재박·선동렬·조범현 등 4개팀 감독이 한화를 4강 후보로 지목했지만 어디까지나 4강의 마지막 후보로 거론한 것이었다. 물론 자신들의 팀을 뺀 4강 후보를 거론한 것이었다. 실질적으로 4강 제외 전력으로 분류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오히려 큰 부담이 없었다. 하지만 한화는 개막 5연패로 주춤했지만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타며 돌풍을 일으켰다. 마운드는 류현진을 제외하면 믿을 만한 투수가 많지 않았지만, 공포의 다이너마이트 타선이 폭발했다. 특히 8회 이후 뒤집기로 역전의 명수라는 수식어도 얻었다. 결정적으로 리그에서 가장 많은 홈런은 경기를 한 번에 뒤집을 수 있는 파괴력을 뿜어댔다. 거칠 것 없는 상승세로 전반기를 2위 두산에 승차없이 3위로 끝마쳤다. 누구도 한화의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화는 올림픽 휴식기 후 22경기에서 5승17패로 대추락했다. 돌이켜 보면 한 경기 한 경기가 아쉽게 느껴진다. 불운도 많았다. 가장 먼저 4번 타자 김태균이 부상으로 빠진 11경기다. 김태균은 옆구리부터 손등 및 손가락 부상으로 전반기 초반 11경기에 빠졌다. 이 11경기에서 한화는 2승9패로 힘을 쓰지 못했다. 김태균의 부상 투혼은 대단했지만 그가 빠진 공백이 생각보다도 너무 컸다. 가뜩이나 투수진이 얇은 데 전반기에만 무려 102경기를 소화한 것도 한화에게 악재였다. 특히 선발진이 약하다보니 불펜이 짊어지어야 할 부담이 커졌다. 악순환의 연속에서도 전반기에는 대선전했다. 그러나 후반기 윤규진의 어깨 부상에 따른 전력이탈에 이어 마정길이 22경기 중 18경기에 등판할 정도로 고군분투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설상가상으로 다이너마이트 타선도 갑자기 부진에 빠졌다. 126경기 긴 페넌트레이스에서 한번쯤 찾아올 타격 슬럼프가 하필이면 중요한 상황에서 나왔다. 베이징 올림픽 휴식기 전에만 하더라도 활활 타올랐던 방망이가 후반기에는 얼음장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올림픽 휴식기 동안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다른 팀처럼 2군 선수들과 훈련하고, 타팀과 연습경기도 했다. 한상훈은 “야구는 결과의 스포츠”라며 운이 따르지 않았음을 넌지시 밝혔다. 시즌 막판 경기일정이 띄엄띄엄 잡혀있었지만, 오히려 타격감이나 경기감각을 잡는 것이 어려울 정도로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다른 팀 경기 결과를 애타게 지켜보는 것도 속타는 일이다. 강우콜드로 2경기나 내준 것도 이제는 너무나도 아깝게 느껴진다. 우천 연기가 단 4차례밖에 없었는데 강우콜드가 2차례나 있었던 것도 불운이다. 한화 덕아웃에도 적막감이 나돈다. 이범호가 찍은 헤어클리닉 광고가 나올 때에나 웃음이 나올 뿐이다. 김인식 감독은 시즌 초부터 “팀이 안 풀리면 결국 운이고 뭐고 실력이 부족한 것이다” 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