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의 항변, '우리 잘못 없다?'
OSEN 기자
발행 2008.09.28 19: 59

[OSEN=손남원의 방송가 산책]'국민 여러분의 뜻에 따른 게 1박2일의 잘못입니까?' KBS 2TV '해피선데이 - 1박2일'이 28일 저녁 정규 방송에서 지난 주 논란을 빚었던 부산 사직구장 공개 촬영에 대해 무언의 시위를 벌였다.
이미 홈페이지 게시판에서 공식 사과를 했던 대목이 서러웠기 때문일까. 이날 '1박2일'의 부산 여행분은 지난 19일 사직구장 두산-롯데전 촬영을 조목조목 비쳐주며 자막으로 자세한 해명(?)까지 달았다. 이로써 네티즌 비난의 일부는 사실 무근으로 드러났지만, 오히려 주요 대목에서는 제작진의 오만을 여실히 증명했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올해 프로야구 정규시즌 2, 3위를 다투는 롯데와 두산의 19일 빅매치 때 '1박2일' 제작진은 사직구장 촬영에 나섰다. 롯데 구단의 양해로 홈측 지정석 50여석을 사전에 확보했고 클리닝 타임 때 10여분 공연을 약속받았다.
그러나 경기 후 인터넷상에서는 '1박2일'이 100여석 이상의 자리를 위압적으로 차지한데다 필요 이상으로 공연을 끌어 경기 흐름을 완전히 망쳤다고 비난 여론이 드셌다.
'해피선데이' 시청자게시판이 항의글로 도배되는 지경에 이르자 '1박2일'측은 다음 날 공식 사과문을 게재했다. '미처 예측하지 못한 여러 가지 돌발 상황으로 인해 시청자 여러분, 부산 시민 여러분에게 심려를 끼쳐 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 고 용서를 구했다.
단, 일찌감치 매진된 이날 경기의 100~150석 정도를 차지했고 다른 관객들의 통행에 지장을 줬다는 지적에는 억울한 심정을 내비쳤다. 이날 방송에서 '1박2일'의 이같은 주장은 사실로 밝혀졌다. 인터넷에 떠돈 사진과 달리 경기중 '1박2일' 출연진 주변 좌석은 꽉찼고, 경호팀들도 자리 안내를 돕는 모습이 포착됐다.
사직구장 관중들의 '1박2일' 출연진을 향한 성원과 환대도 여실히 드러났다. '1박2일'과 멤버들의 이름을 연호하고 이들의 클리닝 타임 공연에 흥겨워 했다. 그러나 사직구장의 메인 이벤트는 롯데와 두산의 야구경기였지, '1박2일' 촬영이 아니라는 사실을 망각한 제작진의 오만도 함께 보여준 방송이었다.
프로야구의 5회 클리닝 타임은 비록 정확히 규정되어 있지않지만 5분 안팎이다. 이날 롯데구단이 시즌 한 구단 최다관중 기록을 돌파한 잔칫집 분위기를 살려서 10분으로 연장한 것('1박2일'측 주장)도 특별한 예외다. 축구경기에서 아무리 유명한 연예인들이 몰려와 공연을 한다고 해서 하프타임 10분 휴식시간을 더 늘릴수 있을까.
'1박2일' 제작진은 어슬픈 진행 속에 예정됐던 공연을 어렵게 마치고는 "한 곡 더"를 외치는 관객들의 군중 심리를 무조건적인 '1박2일' 사랑으로 오해했다. 늘 '국민 여러분'을 외치고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시민들에게 '1박2일' 따라하기를 주문하다보니 자의적으로 모든 관중, 모든 시청자, 모든 야구팬들이 공연 연장을 바란다고 생각했음이 틀림없다.
'1박2일' 사직구장 촬영 방송은 이들을 향해 환호하는 부산 시민들의 온갖 표정을 다 보여줬다. 싫거나 무덤덤한 얼굴의 시민은 화면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다. 클리닝 타임 공연도 마찬가지. 코칭스태프건 선수건 관객이건 누구 한 명 클리닝 타임이 길어지는 데 불평하는 사람이 없었다. 방송 편집의 힘이다.
'1박2일' 제작진은 왜 사직구장 촬영으로 네티즌들로부터 심한 손가락질을 당했는지를 아직까지 전혀 모르고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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