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도 없었다. 출생의 비밀도 없었다. KBS 2TV 주말드라마 ‘엄마가 뿔났다’(김수현 극본, 정을영 연출)가 8개월 동안 그 흔한 자극적인 설정 없이 오직 가족들의 아픔을 껴안고 보듬으면서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28일 방송된 ‘엄마가 뿔났다’ 마지막회인 66회에서는 마지막으로 영일(김정현 분)과 한자(김혜자 분)가 가슴에 남아있던 응어리를 풀고 서로의 상처를 치유했다. 영일(김정현 분)은 하혈하는 아내를 보고 놀라 응급실로 향했다. 원인은 아내 미연(김나운 분)이 갑작스레 친어머니의 사망 소식을 접한 충격 때문이었다. 하지만 영일은 집나간 엄마를 원망하며 “누나나 영미한테는 안 그러시는 거 안다. 나니까, 못난 나니까 아무렇게나 내팽개치고 자식 취급 안하고”라며 상처될 말을 쏟아냈지만 이내 후회했다. 11월 달이 되면 집으로 돌아오려던 한자는 영일의 성화에 10월 중순 집으로 복귀하고 분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한자는 가출전과 다를 것 없이 또 고민거리를 달고 살지만 가족이 있어 행복하고 감사했다. 배가 남산만한 영수(신은경 분)는 남편, 소라와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내겠다고 친정을 찾았고 은실(김지유 분)은 결혼을 약속한 후배(정찬우 분)와 큰집에 들렀다. 할아버지 나충복(이순재 분) 역시 뒤늦게 만난 반려자 영숙(전양자 분)과 행복했다. 결국 한자의 가출, 반란은 실패로 끝났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실패는 아니었다. 서로에게 상처 주며 다시 치유해주면서 가족애는 더욱 끈끈해졌다. 오빠와 동생이 평생을 의지하고 살고, 이혼남과 전처 사이에서 낳은 딸을 사위로, 손녀로 받아들였다. 속도위반 결혼으로 애를 먹는가 하면 분에 넘치게 잘사는 집으로 시집간 딸, 황혼 결혼한 시아버지가 한자리에 모여 부족한 것도 넘친는 것도 없이 서로의 존재에 감사했다. ‘엄마가 뿔났다’는 결국 특별한 것도 없고, 부족할 것도 없는 인생을 사는 우리가 가족들과 함께하는 것 자체에 행복하며 감사하라는 메시지를 남기며 홈드라마의 정석으로 시청자들과 작별을 고했다. miru@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