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 탈락' 한화, 무엇이 문제였나
OSEN 기자
발행 2008.09.29 11: 10

[OSEN=이상학 객원기자] 희망은 사라졌다. 한화의 포스트시즌 탈락이 확정됐다. 4위 삼성이 지난 28일 잠실 두산전에서 10-9로 승리, 1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지었다. 동시에 한화의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되는 순간이었다. 이로써 한화는 남은 경기에 관계없이 5위로 시즌을 마쳤다. 시즌 전 4강 제외 전력으로 평가된 것을 고려할 때 비교적 선전했다. 그러나 전반기(57승45패)와 비교하면 후반기(5승17패) 성적이 너무 크게 떨어졌다. 단기간에 이렇게 추락한 팀은 많지 않았다. 과연 무엇이 문제였을까. 다이너마이트 마운드 올 시즌 최대의 문제점은 두말할 것 없이 다이너마이트 마운드였다. 전반기 2위로 잘 나갈 때에도 김인식 감독은 “마운드가 문제다.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며 우려를 표했다. 결국 우려를 현실이 되어버렸다. 한화의 팀 방어율은 4.46으로 전체 6위다. LG보다도 더 많은 볼넷(513개)을 허용한 것에서 나타나듯 제구란 없었다. 가장 많은 피홈런(93개)은 구위마저 받쳐주지 못한 것을 증명한다. 한화가 리그 최소 실책(60개) 팀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더욱 실망스럽다. 송진우·구대성·정민철이 영원히 던질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래도 류현진을 뒷받침할 유원상과 김혁민을 재발견한 것은 희망적이다. 홈런밖에 없었다 홈런의 파괴력은 대단하다. 지난 26년간 팀 홈런 1위를 차지한 팀이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경우가 15차례이고 이 가운데 7차례나 우승컵을 들었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팀은 4차례밖에 없었다. 올해 한화는 팀 홈런 1위에도 포스트시즌에 못 나간 역대 5번째 팀이 됐다. 올해 한화는 팀 홈런 118개로 이 부문 부동의 1위를 지켰다. 그러나 팀 타율이 2할5푼4리로 꼴찌였고, 팀 출루율도 3할3푼2리로 6위밖에 되지 않았다. 홈런이 아니면 득점을 내기 어려운 구조였다. 전반기에는 미칠 듯한 집중력으로 이를 만회했지만 집단 슬럼프가 찾아온 후반기에는 통하지 않았다. 득점을 가공해 짜내는 힘이 부족했으며 팀 배팅도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 지독한 불운까지 불운이 없는 팀이 어디있냐만은 한화에게는 유독 마(魔)가 끼인 한해였다. 4번 타자 김태균이 시즌 초반 부상으로 11경기에 결장했는데 이 11경기에서 한화는 2승9패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가뜩이나 투수진이 얇은데 전반기에만 무려 102경기를 소화한 것도 불운이었다. 선발진이 약하다 보니 연일 계속되는 강행군에 불펜이 짊어진 부담이 컸다. 후반기에는 윤규진·최영필 등 핵심투수들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제외된 가운데 한번쯤 찾아올 타격 슬럼프가 중요한 시기에 왔다. 그만큼 선수층이 얇고, 대체제가 부족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천연기가 단 4차례밖에 없었는데 강우콜드로 패한 경기가 2차례나 되는 것도 돌이켜 보면 아쉽다. 선수관리는 잘됐나 올 시즌 내내 한화는 부상선수 공백에 시달렸다. 시즌 전 구대성과 문동환이 전력에서 제외된 것이 발단이었다. 부상은 7월 이후 몰렸다. 공격첨병 노릇을 톡톡히 한 이영우를 시작으로 안영명·윤규진·최영필 등 핵심투수들이 차례로 부상에서 전력에서 제외됐다. 그 이전에는 경기 출장하다 부상이 도진 고동진이 있었고,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문동환도 있었다. 후반기 시작 뒤 3일 만에 윤규진이 부상으로 아웃된 것은 한화의 선수관리가 제대로 됐는지를 의심케 한다. 김태완과 덕 클락도 부상 이후 쉬지 않고 달렸다. 후반기 슬럼프와 무관하지 않을지 모른다. 이영우는 어깨 재활 시기에 통증을 참고 출장하다 중요할 때 풀가동되지 못했다. 구대성도 전반기 연투로 후반기 구위가 무뎌졌다. 마정길은 후반기 22경기 중 18경기에 등판했다. 투자가 필요하다 한화는 김인식 감독이 부임한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무색무취의 팀컬러도 부활한 다이너마이트 타선과 믿음의 야구로 이슈거리가 많아졌다. 김태균은 리그 최정상급 타자로 자리매김했고 이범호는 공수겸장 3루수로의 입지를 다졌다. 류현진은 역시 괴물이다. 그러나 여전히 세대교체가 더디고,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김인식 감독은 “구단에서 투자를 많이 하지 않는다”고 간접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올 시즌 중 두산에서 FA로 풀린 구자운을 5000만 원에 영입하려 했지만 1억 원을 제시한 삼성에 빼앗겼다. 사실상 방출된 FA도 영입하지 못하는데 거물급 FA는 그림의 떡이다. 김인식 감독의 안목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튼실한 투자를 뒷받침하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한화 2군은 올해 이른바 ‘실미도’로 주목받았지만 사실 실미도 효과는 1군 선수들만 본 것이었다. 올해 롯데가 8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데에는 2군 선수들의 힘이 컸고 그 밑바탕에는 2군 전용 상동구장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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