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2008년 PS행, 왜 대단한가
OSEN 기자
발행 2008.09.29 16: 26

[OSEN=이상학 객원기자] 삼성이 1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기념비적인 기록을 세웠다. 그런데 속을 들여다 보면 2008년의 삼성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것은 거의 기적이라 할 만하다. 악재란 악재는 모두 겹쳤지만 이를 이겨내고 어떻게든 포스트시즌에 오르는 저력을 보였다. ▲ 부상선수 속출 삼성 선동렬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타격에 큰 기대를 건다”고 말했다. 양준혁-심정수의 양심포가 건재한 가운데 제이콥 크루즈가 가세해 공포의 클린업 트리오를 형성했다. 그러나 믿었던 클린업 트리오가 모두 부상으로 고전했다. 양준혁과 크루즈는 아킬레스건이 문제였고, 심정수는 무릎 부상으로 22경기만 뛰고 초반에 아예 시즌을 접었다. 크루즈는 중도 퇴출됐다. 양준혁만이 시즌 중반부터 자리를 잡았을 뿐이었다. 이뿐만 아니라 시범경기 현재윤을 시작으로 조동찬·박진만·권오준·권혁·진갑용·채태인·김재걸이 차례로 번갈아 가며 돌림병처럼 부상을 당했다. 박한이도 부상으로 2차례나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바 있다. 부상선수만으로 한 팀을 꾸릴 수 있는 수준이었다. ▲ 외국인선수 악몽 외국인선수도 꽝이었다. 지난해 한화에서 리그 톱클래스 타자로 활약한 크루즈는 그러나 왼쪽 아킬레스건 부상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단타만 생산하다 43경기를 뛰고 퇴출됐다. 홈런은 2개였고 장타율은 3할7푼2리. 그러나 크루즈를 대신한 톰 션이야말로 진정한 다이너마이트였다. 7경기에서 6패 방어율 10.73. 션과 도매금으로 평가된 웨스 오버뮬러는 17경기에서 6승8패 방어율 5.82로 그보다 조금 더 나은 성적을 냈지만 따지고 보면 피차일반이었다. 급기야 선동렬 감독은 “외국인선수없이 남은 시즌을 치르겠다”는 폭탄선언까지 했다. 뒤늦게 데려온 존 에니스는 1승3패 방어율 3.14를 마크하고 있지만 인상적이지 못하다. 외국인 투수 도합 성적이 7승17패 방어율 6.19. 이들의 기록을 제거한 삼성의 팀 방어율은 4.18이다. ▲ 보잘 것 없는 기록 삼성의 팀 방어율은 4.43으로 5위밖에 되지 않고 팀 타율도 2할5푼8리로 전체 6위에 불과하다. 최근 프로야구의 트렌드라 할 수 있는 발야구와도 담을 쌓았다. 팀 도루가 56개로 LG 이대형(63개) 혼자 기록한 것보다도 못하다. 병살타도 무려 112개로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다. 팀 출루율도 3할4푼5리로 4위에 겨우 턱걸이하고 있고, 리그에서 3번째로 많은 89개의 홈런을 터뜨렸지만 팀 장타율도 3할7푼6리로 5위밖에 되지 않는다. 선발투수의 5회 이전 조기강판은 44차례로 최하위 LG(45회) 다음으로 많았다. 선발투수의 퀄리티 스타트도 27차례에 불과하다. 그 다음으로 적은 선발 퀄리티 스타트가 두산과 LG의 40차례라는 것을 감안하면 더욱 놀라게 된다. 돌아온 에이스 배영수는 부상이 없었지만 팔꿈치 수술 후유증인지 9승8패 방어율 4.72에 그쳤다. ▲ 이기는 경기는 잡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이 4위로나마 1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지은 데에는 몇몇 확실한 구심점의 존재가 크다. 38세이브로 뒷문을 완벽하게 지킨 오승환을 비롯해 윤성환과 정현욱이 선발·불펜을 가리지 않는 투혼으로 마운드를 굳건히 잘 지켰다. 타선에서는 유일한 3할 타자 박한이를 중심으로 박석민·최형우·채태인이 큰 힘을 보탰다. 선동렬 감독은 이기는 경기는 확실히 잡았다. 삼성은 올 시즌 5회까지 리드를 잡은 49경기에서 47승2패라는 놀라운 승률을 냈다. 7회 이후 역전패는 단 2차례뿐이었다. 페넌트레이스 1위 SK도 7회 이후 역전패가 6차례나 있었다. 그만큼 삼성은 리드 잡은 점수를 이기는 경기에서는 어떻게든 지킬 수 있는 남다른 힘이 있었다. 그러나 반대로 버리는 경기는 확실히 버렸다. 7회 이후 역전승이 6차례 히어로즈(5차례) 다음으로 적은 것에서 나타나듯 경기를 뒤집는 힘은 비교적 떨어졌다. ▲ 포스트시즌은 보너스 이 같은 어려움 속에서도 삼성이 포스트시즌에 오른 것이 가히 기적이라 할 만하다. 삼성은 전후기 통합우승을 이룩한 1985년을 제외한 나머지 25년간 무려 22차례나 포스트시즌을 밟았다. 최근에는 지난 1997년 이후 올해까지 12년 연속 가을잔치를 아주 당연하게 나가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의미가 조금 더 남다르다. 어렵게 오른 포스트시즌에서 올 시즌 내내 활약한 젊은 선수들이 성취감을 맛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삼성 핵심선수 가운데 포스트시즌 경기출전 경험이 없는 선수는 현재윤·최형우·채태인·우동균뿐이지만 박석민과 정현욱처럼 가을잔치를 조금밖에 맛보지 못했던 선수들은 올해 더 중요한 역할을 부여받을 것이다. 젊은 선수들이 성장의 발판이 된다는 점에서 세대교체 중인 삼성에 포스트시즌은 보너스다. 물론 마음을 비우면 포스트시즌에서 또 어떤 성적이 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삼성은 사실상 시즌 포기를 선언하며 외국인선수를 2명을 동반퇴출한 7월16일부터 31일까지 11경기에서 10승1패를 거두며 기적적으로 회생한 바 있다. ▶ 채태인-권혁, '포스트시즌을 벼르는 사나이'. ▶ 2008프로야구 타격 타이틀, 왼손 전성시대. ▶ 김상현, 이번에도 '에이스 킬러' 될 것인가. ▶ KIA, 데이비스 잡을까 말까 '고민되네'. ▶ '이적생' 김주찬-강영식, 부산은 '기회의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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