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애틀랜타, 김형태 특파원] 메이저리그의 홈런수가 1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됐다. 나날이 향상되는 투수들의 능력과 타고투저 현상을 줄이려는 노력이 효과를 나타낸 셈이지만 역시 스테로이드 파문에 따른 '예상된 결과'로도 볼 수 있다. 30일(한국시간)에 따르면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선 경기당 2.01개의 홈런이 기록됐는데, 이는 지난해 2.04개보다 적은 수치이며, 파업의 여파로 경기수가 단축된 시즌을 제외할 경우 93년 1.79개 이후 최저치다. 메이저리그는 2000년 경기당 2.34개로 홈런 거품이 최고조에 달했다. 2003년에도 2.14개로 홈런이 양산됐는데, 이 해는 스테로이드 사용에 따른 벌칙이 존재하지 않던 마지막 시즌이었다. 개인별 기록에서도 홈런 거품의 붕괴는 확연히 드러난다. 한때 60홈런 정도를 기록해야 홈런왕을 차지할 수 있었던 아메리칸리그에서 홈런 1위는 미겔 카브레라(디트로이트)가 차지했는데, 그의 홈런수는 37개에 불과했다. 92년 프레드 맥그리프(당시 샌디에이고)가 35개로 내셔널리그 홈런왕에 등극한 것과 비슷한 수준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다만 라이언 하워드(필라델피아)라는 특출난 거포의 존재 덕에 내셔널리그 홈런 1위 기록은 48개에 달했다. 홈런은 물론 전반벅인 타격 기록도 확연한 하향세를 나타냈다. AL 득점 1위 더스틴 페드로이아(보스턴)는 118점을 올렸는데, 이는 92년 토니 필립스(당시 디트로이트)의 114점과 대동소이하다.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1위에 오른 장타율 부문(5할7푼3리)의 경우 89년 루벤 시에라(당시 텍사스, 0.543) 이후 최저치였다. 루타 1위인 조시 해밀턴(텍사스, 331루타) 또한 92년 커비 퍼켓(미네소타, 313루타) 이후 가장 낮았다. 타점 부문도 마찬가지. 올 시즌 타점왕 저스틴 모너(미네소타)의 기록 130점은 93년 앨버트 벨(당시 클리블랜드, 129타점) 이후 최저치였다. 타격 침체와 큰 관련은 없지만 올 시즌 AL과 NL은 각각 최다 삼진 타자를 새로 배출하기도 했다. 오클랜드의 잭 커스트, 애리조나의 마크 레널스가 각각 리그 삼진 기록을 갈아치웠다. 타자들과는 별개로 투수들은 큰 성과를 거두었다. 양대리그 다승왕을 포함해 모두 4명의 투수(클리프 리, 브랜든 웹, 로이 할러데이, 마이크 무시나)가 20승을 기록했고, 프란시스코 코데로(LA 에인절스, 62세이브)는 18년 만에 리그 최다 세이브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선수들의 해석은 제각각이다. AL에서 가장 투수들에게 유리한 코메리카파크에서 뛴 카브레라는 "경기장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말한 반면 토리 헌터(LA 에인절스)는 스테로이드 테스트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헌터는 "스테로이드에 의존하던 선수들이 더 이상 사용을 하지 않으면서 홈런 등 타격 기록이 하락했다. 이들 선수의 비율은 미미한 수준이지만 리그 전반에 미친 영향은 대단했다"고 말했다. workhors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