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의 아픔은 잊었다. 부산은 낯선 땅이 아닌 전화위복의 기회를 안겨준 곳. 주인공은 롯데 자이언츠 김주찬(27, 외야수)-강영식(27, 투수). 지난 2000년 데뷔 당시 기대주로 주목 받았던 김주찬과 강영식은 올 시즌 롯데의 4강 진출을 이끈 주역으로 발돋음했다. 충암고 시절 아마 최고의 유격수로 손꼽히던 김주찬은 2001년 삼성에서 롯데로 이적한 뒤 86경기에 출장, 타율 3할1푼3리(300타수 94안타) 4홈런 31타점 57득점 29도루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2002년 타율 2할2푼(264타수 58안타) 7홈런 25타점 25득점 9도루, 2003년 타율 1할6푼(125타수 20안타) 3홈런 3타점 12득점에 그쳤다. 정확한 타격과 빠른 발을 겸비한 내야수를 거포 외야수로 키우려는 지도자의 그릇된 판단이 부른 슬럼프. 2년간의 부진을 딛고 2004년 톱타자로 복귀한 김주찬은 그해 데뷔 첫 세 자릿수 안타(109개)와 40도루 클럽(44개)에 가입했으나 국방의 의무를 피할 수 없었다. 지난해 타율 2할6푼1리(387타수 101안타) 5홈런 30타점 49득점 22도루를 기록한 김주찬은 3월 대만에서 열린 베이징 올림픽 최종 예선전을 계기로 눈에 띄게 성장했다. 김주찬은 4월 20일 목동 히어로즈전에서 수비 도중 팔꿈치 부상을 입어 잠시 주춤했지만 29일 현재 타율 3할1푼4리(405타수 127안타) 1홈런 41타점 75득점 32도루로 데뷔 이래 최고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의 정확한 타격과 화려한 베이스 러닝은 상대 투수들의 경계 대상 0순위. 2000년 해태(KIA 전신)-2001년 삼성을 거쳐 지난해 롯데에 둥지를 튼 강영식은 '불영식'이라는 오명을 떨쳐내고 '랜디 영식'으로 자리매김했다. 불펜 에이스라는 수식어처럼 마운드에만 오르면 흔들렸다. 좋은 체격 조건(188cm 91kg)과 140km 중후반의 빠른 공을 지닌 왼손 투수라는 이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강영식은 페르난도 아로요 투수 코치와의 만남을 통해 만년 유망주의 틀에서 벗어났다. 아로요 코치는 강영식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자신감을 불어 넣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표현처럼 강영식은 아로요 코치의 믿음에 보답하기 시작했다. 강영식이 안정을 되찾으며 롯데의 계투진은 힘을 발휘했다. 29일까지 62경기에 나서 6승 2패 2세이브 15홀드(평균자책점 2.96)로 프로야구의 대표적인 좌완 계투요원으로 성장한 강영식은 27일 사직 한화전에서 1⅔이닝 5탈삼진 무실점으로 구원승을 따냈다. 감기 몸살 탓에 컨디션이 좋지 않았으나 자신감과 정신력으로 승부하며 팀 승리에 공헌했다. 강영식은 이날 경기가 끝난 뒤 "감독님과 코치님께서 늘 강조하시는 '두려움 없이 하라'는 것을 잘 알고 있고 최근 코치님께서 '나를 믿는다'고 격려해줘 자신감이 늘었다"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이적의 아픔을 딛고 롯데의 주축 선수로 자리잡은 김주찬과 강영식. 그들에게 트레이드는 아픔이 아닌 성공을 위한 전환점이었다. what@osen.co.kr 김주찬-강영식. ▶ 김상현, 이번에도 '에이스 킬러' 될 것인가. ▶ KIA, 데이비스 잡을까 말까 '고민되네'. ▶ 채태인-권혁, '포스트시즌을 벼르는 사나이'. ▶ 2008프로야구 타격 타이틀, 왼손 전성시대. ▶ 삼성의 2008년 PS행, 왜 대단한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