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의 빅매치들을 안방에서 생중계로 보기 힘들어졌다. 그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지난 27일 리그 20라운드 수원과 전북의 경기. 토요일 저녁 7시 30분 황금시간대에 상승세를 타고 있는 전북과 명예 회복을 노리는 수원의 대결이 펼쳐졌다. 경기 결과는 전북의 예상 밖 5-2 대승으로 무려 7골이 터진 빅 매치였다. 하지만 이 경기는 녹화중계조차 없었고 단지 한 방송에서 자체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촬영팀이 왔다. 즉 요즈음 축구팬들은 보고 싶은 경기를 문자중계 혹은 녹화중계로 봐야 하는 실정이다. 이유는 우선 간단하다. 시청률에서 야구와 경쟁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A 스포츠채널 관계자는 "우리의 경우 나름대로 K-리그를 많이 중계하는 편이지만 야구에 시청률에서 밀려 어쩔 수가 없다. 최근 축구 경기 내용이 좋아 이슈가 되기는 하지만 시청률이 높아야 광고도 많이 붙는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이 관계자는 "야구와 축구랑 비교해서 4~5배 차이가 나며 특히 롯데 경기는 국가대표팀 A매치 경기 시청률을 넘어선다"며 축구를 중계하기 힘든 이유로 시청률을 꼽았다. 또한 방송국의 특성상 많은 중계차를 이동해야 하는데 야구는 한 번에 한 장소에서 3연전을 치르지만 축구는 그렇지 않은 차이도 있다. 이 관계자는 "우리 방송사의 경우 홀로 야구 대신 축구를 생중계했다가 타격이 컸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B 스포츠채널 관계자도 "올해처럼 롯데가 오랫동안 잘 한 적이 없다. 올림픽 이후 롯데는 탄력을 더 받아서 같은 프로야구 중계 간에도 롯데 경기는 (시청률이) 차이가 나며 축구랑 비교하면 5배 이상 잘 나온다"고 말했다. 결국 스포츠방송사의 경우 시청률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야구를 중계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야구의 경우 올해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야구 사상 첫 금메달을 획득했으며 롯데 자이언츠는 꼴찌 언저리에서 벗어나 좋은 성적을 내고 있어 야구에는 겹경사가 있었다. 반면 축구는 박성화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대표팀의 경우 8강 진출에 실패해 쓸쓸히 귀국길에 올랐다. 허정무호도 2010 남아공월드컵 최종예선 첫 경기인 북한과의 경기서 1-1 무승부에 그치는 등 팬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A 스포츠채널 관계자는 "야구는 롯데라는 팀이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지만 축구의 경우 좋은 선수를 가지고 있는 팀들이 공격적인 축구를 하지 않아 내용이 재미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는 따끔한 지적도 잊지 않았다. 앞서 언급한 두 방송사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야구와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한국프로축구연맹에 경기시간의 조정을 권고한 상황이다. "주말 경기의 경우 야구와 경기 시간을 피한다면 더 많은 경기를 중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연맹측은 "경기 시간을 조정하는 것은 단독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방송국과 계속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원과 성남이 주춤하면서 서울이 쫓아와 상위 3팀이 승점 41점으로 동점을 이룬 K-리그 선두권 경쟁. 더욱이 조재진, 루이스, 다이치의 골로 수원을 격파하며 어느새 리그 3연승으로 6강 진입을 꿈꾸는 전북의 플레이오프 경쟁 가세 등 그 어느때보다 리그가 재미난 상황으로 흘러가지만 축구팬들은 경기를 안방에서 보기는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7rhdwn@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