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손남원의 연예가 산책]여배우의 평가 기준이 갈수록 변화하고 있다. 더이상 미모 지상주의가 지배하는 세상이 아니다. 톡톡 튀는 개성과 탄탄한 연기력을 갖추지 못한 미녀 배우들은 CF 스타로 반짝하다 슬며시 가라앉는 게 요즘 연예계다. 어려서는 예쁜 얼굴로 귀염받고 자라서는 성숙미로 사랑받는 아이돌 스타의 나라 일본은 일찌감치 여배우 각자의 매력을 강조하는 쪽으로 방향타를 틀었다. 캐릭터 우선 시대를 열었던 시노하라 도모에가 짧은 다리, 큰 얼굴로도 스타 반열에 올라선 게 단적인 예다. 이제 한국도 마찬가지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조은지는 몇 편의 조연으로 주인공 여배우를 능가할 수준의 인상을 관객과 시청자에게 각인시켰다. 욕설쟁이 성깔녀에서 한순간 푼수로 돌변하는가 하면('달콤살벌한 연인') 사슴같은 눈망울에 물기를 가득담은 국가대표팀 골키퍼('우생순'), 생기발랄한 유학생('파리의 연인')까지 1인10색을 자랑한다. 영화와 드라마의 흥행이 과연 온전하게 주연들만의 힘일까? 조은지는 은근슬쩍 자신의 출연작들을 특상품으로 만드는 재주를 부리고 있다. 저예산 영화 '달살련'은 2004년 봄, 250만명 관객을 모으며 돌풍을 일으켰고, '우생순'은 올 초 400만명 돌파로 위기의 한국영화를 수렁에서 건졌다. '파리의 연인'은 시청률 대박을 자랑했다. MBC 수목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철부지 여고생 하이든을 보자. 날 선 목소리에 오관이 큼직한 얼굴, 까무잡잡한 피부로 미소녀와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요즘 '베벤'의 인기와 함께 하이든 역 현쥬니는 차세대 스타로 급부상 중이다. 예전같았으면 '특급조연' '약방의 감초' 수식어에 만족했어야할 스타일이다. 하지만 호랑이도 담배를 끊은 지 꽤 됐다. 현쥬니의 독특한 개성은 같은 또래 판박이 미녀들보다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저 배우가 이 배우같고, 이 미녀가 저 미녀같은 연예계에서 현쥬니는 군계일학처럼 눈에 확 들어온다. 할아버지 이순재에게 반말로 거침없이 대들고 있는 이 신인이 방송 출연 몇 회만에 인터넷 검색어 상위권을 차지하며 관심을 모으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매력녀의 원조격은 문소리를 들 수 있다. '오아시스'에서 꿈틀거리던 그녀의 모습은 여배우로서 누구나 할수 있는 역할이 아니었다. 그랬던 그녀가 '바람난 가족'에서는 연하남과의 불같은 사랑을 탐하는 유부녀로 색기를 발산했다. 여배우들의 미모 순위를 따질 때, 문소리 이름 석 자를 찾기는 힘들다. 하지만 제작사들의 캐스팅 목록과 연기자 랭킹에서 그녀는 늘 톱클래스다. 조각 미인이 아닐지언정 빠진 미모를 대신하고도 남을 매력과 개성, 연기력이 넘치는 까닭이다. 미인 스타만 뜨는 세상? 옛말이 된 지 오래다. 이제는 여배우도 철철 흘러넘치는 저마다의 특색 캐릭터로 대중을 흡입하는 시대임이 분명하다. mcgwire@osen.co.kr ‘베토벤 바이러스’ 현쥬니, "음악과 연기 두 마리 토끼 잡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