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쾌투는 온데간데 없었다. 김상현(28. 두산 베어스)이 '슬라이더 맹신'으로 인해 결국 자신의 발등을 찍고 말았다. 김상현은 30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 선발로 등판했으나 1회 일찌감치 4실점하는 등 3이닝 4피안타(2피홈런) 5실점으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며 시즌 2패(6승, 30일 현재)째를 떠안았다. 투구수는 57개에 직구 최고 구속은 143km였다. 1회 유격수 이대수(27)의 야수선택으로 초반 불안했던 점을 감안해도 아쉬움이 짙었던 투구 내용이었다. 특히 올시즌을 앞두고 새로운 무기로 추가했던 슬라이더 2개가 모두 홈런으로 연결된 것은 뼈아팠다. 김상현은 1회 덕 클락(32)을 상대로 볼카운트 2-2 상황서 5구 째 슬라이더(132km)를 던졌다가 통타당했다. 낮게 제구하며 카운트를 잡고자 던졌던 공이었으나 이는 다소 가운데로 몰렸고 클락은 이를 놓치지 않고 백스크린 오른쪽을 향하는 3점포로 연결했다. 3회 김상현은 김태균(26)을 상대로 초구부터 슬라이더(130km)를 던졌으나 이는 김태균의 밀어치는 배팅으로 인해 우중월 솔로홈런이 되었다. 규모가 작은 대전 구장에서 '거포' 김태균을 상대했음에도 초구부터 스트라이크를 잡고자 했던 김상현의 '도전'은 가운데로 몰린 실투가 되는 바람에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주무기인 커브 외에 신무기 장착의 필요성을 느끼며 시즌 개막 전 슬라이더 장착에 힘썼던 김상현은 전날까지 6승 1패 방어율 1.66에 이닝 당 출루 허용(WHIP) 0.84, 9이닝 당 탈삼진률 8.63 등 탁월한 성적을 올리며 좋은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러나 포스트 시즌 진출에 대한 부담감을 벗어 던진 채 휘두른 한화 타자들에 방망이에 예리한 슬라이더는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슬라이더와 커브 외에도 완급 조절용 체인지업을 갖춘 김상현은 포스트 시즌을 앞두고 두산 투수진에 없어서는 안 될 주축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그는 시즌 종료를 남겨두고 슬라이더가 맞아 나가는 모습을 보이며 경기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믿음직한 1선발의 부재로 인해 '벌떼 작전'을 예고한 두산은 선발, 계투 역할을 모두 맡을 수 있는 김상현의 어깨에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슬라이더의 한계를 체감한 김상현이 다음 경기서 이를 극복해낼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farinell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