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홈런왕이 가시권이다. 한화 4번 타자 김태균(26)이 생애 첫 홈런왕을 향해 한걸음 더 다가섰다. 김태균은 지난달 30일 대전 두산전에서 3회 김상현의 130km 바깥쪽 높은 슬라이더를 밀어쳐 우측 담장을 그대로 넘어가는 비거리 110m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시즌 31호 홈런으로 이 부문 공동 1위였던 카림 가르시아(롯데·30개)를 1개 차이로 따돌리며 단독선두로 올라섰다. 잔여경기가 1경기밖에 남지 않았지만 가르시아도 이제 3경기만 남았다. 이로써 김태균은 데뷔 이후 한 시즌 개인 최다 31홈런과 타이를 이뤘다. 김태균은 입단 3년차였던 지난 2003년 31개의 홈런으로 데뷔 첫 30홈런을 돌파했다. 이듬해 이승엽(요미우리)의 일본 진출과 함께 김태균은 ‘포스트 이승엽’ 0순위로 아주 당연하게 거론됐다. 그러나 이후 4년간 김태균은 30홈런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특별한 부상도 없었는데 장타가 기대만큼 늘지 않아 우려를 낳았지만 올해 당당히 다시 31홈런을 때렸다. 김태균의 2008년 31홈런은 2003년 31홈런보다 가치와 의미가 크다. 2003년에는 페넌트레이스 경기수가 133게임이었다. 2003년 김태균은 133게임 전경기에 출장해 31홈런을 기록했다. 그러나 2003년은 이승엽과 심정수의 역사적인 홈런레이스의 주도아래 경기당 평균 1.99개의 홈런폭죽이 터진 시즌이었고, 김태균의 31홈런도 이 부문 전체 6위밖에 되지 않았다. 당시 김태균의 나이가 21살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이 홈런 수보다 주목해야 할 사안이었다. 하지만 5년 만에 31홈런을 재정복한 올 시즌에는 나이가 5살 더 들었다는 것을 제외하면 모든 면에서 2003년을 능가하는 값어치가 있다. 먼저 올해는 페넌트레이스 경기수가 126게임이다. 설상가상으로 김태균은 시즌 직전 오른쪽 옆구리를 시작으로 왼쪽 손등 및 새끼손가락 그리고 무릎까지 부상으로 시즌 초반 무려 11경기에 결장했다. 데뷔 후 이처럼 부상으로 고생한 시즌도 없었다. 전반기 내내 정상 컨디션으로 경기에 임한 기억이 없었는데도 26홈런을 몰아쳤다. 더군다나 올 시즌은 홈런이 잘 나오지 않는 시즌이다. 경기당 평균 1.29개의 홈런이 나오고 있는데 이는 지난 1993년(1.10개) 이후 가장 적은 수치. 홈런 가뭄 시대에서도 김태균은 단연 돋보이는 존재다. 2003년과 비교하면 19경기나 덜 뛰고도 31홈런을 쳐냈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올 시즌 홈런페이스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장타율도 무려 6할3푼으로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한 신인 시절이었던 지난 2001년(0.649) 이후 가장 높다. 삼진도 데뷔 후 가장 적은 66개밖에 당하지 않았다. 김태균은 “팀 성적이 이러한데 개인타이틀이고 MVP고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고 한탄하지만 오히려 상실감에 빠진 팬들을 위해서라도 홈런왕에 꼭 오르겠다는 의지다. 김태균은 “마지막 경기가 대전 홈구장에서 있는데 팬들을 위해서라도 홈런 하나를 치고 개인적으로도 최다홈런을 넘고 싶다. 그렇게 된다면 홈런왕 타이틀도 자연스럽게 올 것이다”고 기대하고 있다. 물론 가르시아와 공동 1위가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홈런왕 출신의 모선수는 “한 여자를 두고 두 남자가 사랑할 수 없지 않느냐”고 말했는데 김태균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 김태균, "팀이 이런데 MVP는 무슨…". ▶ '홈런 공동 1위' 김태균, 독보적인 시즌 묻히나. ▶ 추승우, "올 겨울부터 약점 보완에 노력". ▶ 김인식, "클락 재계약, 골치 아프다". ▶ 나지완, KIA 장타력 재건 희망봉 부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