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마음대로 되는 건 없다는 것을 다시 느꼈죠” 2008년 한화의 희와 비에는 이 남자가 있었다. 바로 이적생 추승우(29)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해 10월 시즌 종료와 함께 LG에서 방출돼 오갈데 없는 신세였던 추승우는 김인식 감독의 연락을 받고 연봉 2500만 원에 한화에 입단하며 선수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다. 애초 영입할 때에만 하더라도 대수비나 대주자로 활용가치를 두고 데려온 선수였지만 하와이 전지훈련 때부터 남다른 적응력으로 활력을 불어넣었다. 시즌 중반까지는 더없이 좋았다. 지난해까지 1군 출장 경기수가 50게임밖에 되지 않았던 추승우는 한화 이적 첫 해부터 풀타임으로 1군에서 뛰었다. 특히 6월까지 70경기에서는 211타수 63안타, 타율 2할9푼9리·11도루로 펄펄 날았다. 특히 5~6월 47경기에서 157타수 53안타로 타율 3할3푼8리의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덕 클락과 함께 한화에 드문 빠른 발로 적극적인 주루플레이를 펼쳤고 처음 맡은 외야수비도 기대이상으로 좋았다. 새로운 방출선수 신화를 쓰는 듯했으나 어두운 그림자는 뜨거운 여름부터 찾아왔다. 7월 25경기에서 1할대(0.196) 타율로 고전을 면치 못하더니 25일간의 베이징 올림픽 휴식기 이후 맞이한 후반기 23경기에서도 역시 1할대(0.149)에서 헤매고 있다. 7월 이후 타율은 1할7푼6리밖에 되지 않는다. 한 때나마 3할을 상회했던 시즌 타율도 2할4푼6리까지 떨어졌는데 규정타석을 채운 38명의 타자 중 35위에 해당한다. 테이블세터 추승우의 깊은 부진은 한화의 대추락과도 무관하지 않았다. 팀과 함께 천당과 지옥을 오간 한 시즌. 추승우에게는 쓴 만큼 몸에 좋은 약이자 값진 경험이다. 사실 추승우가 한화 유니폼을 입을 때에만 하더라도 이 정도로 팀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한 이는 없었다. 밑바닥부터 치고 올라온 성과가 바로 올 시즌이다. 기대이상 활약으로 기대치가 높아진 탓에 후반기 부진이 더욱 아쉽게 느껴지지만 그 누구보다 노력한 선수가 다름 아닌 추승우였다. 경기가 끝난 뒤 홀로 경기장에 남아 훈련에 매진할 정도로 한시도 게을리하지 않고 굵은 땀방울을 흘렸다. 추승우는 “마음대로 되는 건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고 말했다. 시즌 중반까지 잘 나가다 후반에 삐걱한 것에 대한 자책의 의미였다. 추승우는 “팀 성적이 이렇게 떨어질 줄은 생각도 못했다. 팬들에게 죄송할 따름이다”고 용서를 구했다. 하지만 가만히 앉아있지 않는다. 마음은 벌써부터 내년 시즌을 향한다. 추승우는 “올 겨울부터 약점을 보완하는데 노력할 것이다. 1군에서 풀타임을 소화할 수 있는 체력을 키우고 타격밸런스가 무너지지 않게 기술적으로 보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추승우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