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원의 행복' 5년이 남긴 것 - 리얼 원조의 아쉬운 퇴장
OSEN 기자
발행 2008.10.01 09: 15

[OSEN=손남원의 연예 산책]일주일을 단 돈 만원짜리 한 장으로 살아야 된다? 그것도 남 부러울 것없이 돈을 버는 연예계 스타에게 주어지는 미션이란다. 2일 5년만에 막을 내리는 MBC '만원의 행복'이다. 그동안 '만원의 행복'을 거쳐간 게스트 수는 중복 출연을 제외하고도 250여명. 웬만큼 이름있는 연예인이라면 일주일을 만원으로 버티는 고통을 감내해본 셈이다. 긴 세월만큼이나 MC도 자주 바뀌었다. 남 녀 1인씩의 포맷만 그대로일뿐, 잦은 교체를 거듭한 후 유세윤과 이영은이 '만원의 행복' 마지막 MC 커플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 '만원의 행복'은 요즘 TV 예능 프로그램들의 대세인 리얼 버라이어티의 원조 격이나 다름없다. 프로그램 첫 날, PD로부터 만원 한 장 든 봉투를 건네받은 그 순간부터 출연자는 돈의 압박에 시달린다. 방송 카메라를 들고 24시간 밀착취재를 하는 PD의 시선 속에서 끼니도 거르고 교통비, 통신료 등을 아껴가며 살아야하기 때문이다. 남 녀 출연자 두 명은 '빌붙기 허용권' 등 예능다운 아이템 게임을 벌여가며 남은 돈의 많고 적음으로 승부를 가린다. 상품은 부모님께 드리는 효도 여행권. 시청자들의 반신반의 속에서 출연자들은 효도 여행권을 따내기 위해, 처절한 굶주림을 견디고 짠돌이 짠순이로 일주일을 살아간다. 때로는 지나치다싶을 정도의 야박함과 설움, 그리고 짜증까지 보여주면서. '만원의 행복'이 프로그램의 좋은 취재와 긍정적인 내용, 다양한 게스트 등의 여러가지 장점에도 5년 방송내내 큰 이슈로 떠오르지 못했던 한계가 여기에 있다. 시청자들의 확실한 공감을 사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늘 떠오르는 '정말 1주일을 저렇게 안먹고 사는거야?' 궁금증. 밤샘 작업에 하루 서너시간 수면이 보통인 스타 연예인들이 거의 굶다시피 지내는 모습에서 재미는 느낄지언정, 사실감을 얻기에는 2% 부족했다. '연예인들은 사치스럽다는 편견에 맞서며 알뜰하고 진솔한 모습으로 소비의 거품을 제거하는 자린고비 스타들의 특별하고 감동적인 일주일'이란 프로그램 취지를 제대로 구현하기에는 일반에 비춰진 연예인 삶과의 괴리감이 너무나 컸다. MBC측이 밝힌 프로그램 전격 폐지의 이유는 식상함과 진부함이다. 대부분 예능 프로그램의 종말은 늘 이렇다. '전국 노래자랑'이나 '가족오락관'처럼 수십년 세월을 한결같이 버티는 전례가 있건만, 시청률이 저조해서 프로그램을 내릴 때마다 내거는 핑계야말로 고리타분하기 그지없다. 조금 더 좋아지고, 조금 더 시청자를 행복하게 해줄수 있던 '만원의 행복'이 제자리 뛰기를 멈추는 데 대한 아쉬움은 그래서 더 크게 울린다. '만원의 행복' 후속으로는 지난 추석 때 파일럿으로 선을 보였던 '나는 이상한 사람과 결혼했다'가 방송될 예정이다. mcgwir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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