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 정성훈, "반드시 일어나겠다"
OSEN 기자
발행 2008.10.01 13: 05

2004시즌 두산 베어스 계투진의 중추 역할을 도맡았던 잠수함 정성훈(31)이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지난 5월 29일 어깨 수술을 받는 동시에 자유계약 선수로 방출된 그는 예상보다 빠른 회복 속도를 보여주며 프로 무대 복귀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정성훈의 재활 훈련을 지켜봐왔던 한경진 전 올림픽 대표팀 트레이너는 "예상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통증이 없다는 것이 더욱 고무적이다. 성실한 선수인만큼 반드시 현장에 복귀해 좋은 활약을 보여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이야기했다. 한 트레이너가 운영하는 헤렌 스포츠클리닉서 만난 정성훈은 웃음을 잃지 않는 모습으로 재활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하루하루가 힘겨울 수도 있던 상황이었으나 그의 밝은 모습은 재활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게 해주었다. "지금은 20m 정도 거리서 캐치볼을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통증이 없어졌으니 공을 던지는 데는 부담이 없죠. 10월 중에 점차 투구 거리를 늘려가는 ITP(Interval Throwing Program) 훈련에 돌입할 예정입니다" 고향팀 삼성 라이온즈서 방출의 칼날을 맞은 이후 2003시즌 두산에 입단, 2년 간 127경기서 4승 3패 20홀드 4세이브를 올리며 계투진에 없어서는 안 될 투수로 자리매김했던 정성훈은 2004시즌 후 전격 군입대로 인해 2년 간의 공백을 겪었다. 상무 입대가 아닌 육군 의장대 복무였기에 오랫동안 공을 잡을 수 없던 군복무는 그에게 실전 공백을 가져다주었다. "2년 동안은 거의 운동에 전념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몸 상태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채 실전 피칭 위주로 훈련했던 것이 아쉬웠지요. 욕심이 많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스프링 캠프 때 너무 욕심내지 않고 서서히 페이스를 올렸어야 했는데. 그래도 수술을 빨리 했다는 것은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정성훈의 2007시즌 투구는 불안함이 묻어나 있었다. 2007년 9경기에 등판해 1승 1패 1홀드 1세이브 방어율 4.00을 기록했던 정성훈은 그해 4월 17일 수원 현대전서 구질이 노출되는 듯한 투구를 보여주었다. 키킹 시 잠깐의 정지 동작이 있을 때는 직구가 날아들었고 그대로 투구폼이 이어질 때는 커브가 구사되었던 것이다. 경기 당시를 이야기하자 그는 "팔이 너무 아팠습니다. 팔이 너무 아픈 상황에서도 꾹 참고 던지려고 했는데 직구 최고 구속이 131km 정도 밖에 안 나왔습니다. 수술에 대한 절박함이 그때 떠올랐었죠"라고 밝혔다. 의도되지 않은 '쿠세'가 아닌 어깨 통증으로 인해 투구폼이 삐걱거렸던 것이다. 한때 수술은 선수 생명의 끝을 이야기하는 절망적인 단어로 다가오기도 했다. 그러나 재활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진 현재 수술은 더 밝은 미래를 가져다주는 또 하나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정성훈 또한 그에 대해 희망을 걸고 재활 훈련에 전념하고 있었다. "사실 제가 나이가 적은 편도 아니고 수술 전력도 있어 그렇게 매력적인 카드라고 보여지기 어려울 수도 있겠죠. 하지만 심리적인 부담을 벗어 던지면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정현욱(30. 삼성)도 그렇고 임창용(32. 야쿠르트) 선배도 모두 수술 후에 더 빠른 공을 구사하고 있거든요. 수술과 재활의 성공 여부는 선수 본인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2002시즌 후 삼성 방출 당시와 현재의 심경이 비슷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그때의 아픔이 지금 도움이 되고 있는지 넌지시 물어 보았다. 그러나 정성훈의 답변은 의외였다. "그때는 방출의 아픔을 겪을 틈도 없이 바빴어요. 김성근(현 SK 감독) 감독께서 부르셔서 LG에서 테스트를 하고 있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김 감독께서 해임되셨거든요. 그래서 부득이하게 LG를 떠났다가 곧바로 두산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두산 합류 후 초반 바로 훈련에 합류하면서 조금 힘들기는 했었죠" 힘든 시기를 겪던 그에게 지난해 12월 반쪽이 되어 준 부인 이지연씨는 너무나 고마운 존재다. 특히 이지연씨는 결혼 전 한 라디오 방송 홈페이지 게시판에 남자친구에게 보내는 응원의 글을 보냈고 이는 팬들 사이에 알려지기도 했다. 당시 이야기를 꺼내자 정성훈의 얼굴은 더욱 밝아졌다. "제가 즐겨 듣던 라디오 방송이었거든요. 그런데 그 친구가 거기에 힘내라고 사연을 올렸더라구요. 항상 고마울 뿐이죠. 군에 있던 시절 만나 3년 정도 사귀다가 결혼에 골인했는데 항상 고마울 따름입니다"라고 이야기 한 정성훈의 얼굴은 웃음과 함께 붉게 물들었다. 긍정적인 자세로 재활에 전념하고 있는 정성훈은 "너무 급하게 재활을 치르기보다는 완벽한 몸상태를 갖추는 데 전념하겠습니다. 어느 팀이던지 제안이 온다면 열심히 해서 꼭 마운드에 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며 앞으로의 각오를 밝혔다. 웃음을 보이며 다시 재활 훈련에 몰두한 그의 말에는 한 마디 한 마디마다 마운드에 다시 서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뉴욕 양키스의 명 포수로 이름을 날렸던 요기 베라는 "끝날때까지는 끝난게 아니다(It's ain't over until it's over)'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끝이라는 단어를 염두에 두지 않은 채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정성훈. 그가 마운드에 다시 서는 동시에 그를 지켜보는 사람들의 얼굴에 환한 웃음을 가져다 줄 수 있을 지 기대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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