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화를 표방하는 한국 프로축구에 최근 오묘한 흐름이 있다. 다름 아닌 경기 후 인터뷰 기피 현상이다. 훈련 환경, 연봉 협상, 구단 운영 등 대부분 국제축구연맹(FIFA)의 기준대로 바뀌어가고 있는 가운데 역행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인터뷰는 언론이 필요로 해서 이뤄지는 것이 이나라 선수 및 감독이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중요하고 어쩌면 유일한 과정이라는 것을 고려할 때 안타까운 일이기도 하다. 재미있는 것은 이런 인터뷰 기피 현상에도 구단마다 어떤 트렌드가 있다는 데 있다. 예를 들어 수도권 구단의 모 감독은 반드시 승리를 해야 인터뷰를 하고 수도권의 또 다른 감독은 최소한 무승부는 거둬야 인터뷰에 임할 뿐만 아니라 선수들의 인터뷰 참여에도 같은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팬들은 승리에 대한 기쁨을 나누는 것에도 기뻐하지만 패배의 이유 그리고 다음 경기에 대한 각오를 듣기도 원한다는 점에서 경기 후 언론 인터뷰는 이기든 지든 필요하다. 그것이 팬들의 알 권리일 뿐만 아니라 프로 세계의 연봉은 구단이 주는 것이 아니라 팬들이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소한 무승부를 거둬야 인터뷰에 임하는 특정 구단의 경우 정규리그 전반기 내내 경기가 끝난 후 감독 및 선수의 인터뷰를 장내 방송을 통해 공개해 팬들과의 교감을 추진해왔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혹시 경기가 끝난 후 인터뷰에 대한 규정은 없는 것일까. 프로축구연맹이 제작 배포한 '2008 K리그 가이드북'은 경기가 끝난 후 인터뷰에 대해 제 15조 9항에서 '연맹이 주최하는 공식 기자회견과 경기 후 언론 인터뷰에 해당 선수, 코칭스태프는 반드시 참석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연맹 주최'라는 표현이 다소 모호한 규정이긴 하나 지방의 한 외국인 감독이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언제나 인터뷰에 참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런 사항들이 잘 지켜지지 않는 환경에 있다. 결국 국제화를 표방하면서도 겉으로 드러난 부분과 달리 내부 절차에는 무시하고 있는 현실이 다시 한 번 드러난 셈이다. stylelomo@osen.co.kr 지난 1일 성남-포항 컵대회 6강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