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3년 동안 앞뒤 안돌아보고 열심히 해서 PGA에서 자리 잡도록한 다음 한국무대에 서도록하겠다.”
지난 8월 25일 113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제108회 US 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에서 사상 최연소 나이에 우승했던 대니 리(18. 한국명 이진명)의 아버지 이상주(48) 씨가 최근 일시 귀국했다가 지난 1일 뉴질랜드로 출국했다.
아들의 뒷바라지에 전심전력을 다해 온 이상주 씨는 출국을 며칠 앞두고 가진 인터뷰를 통해 “PGA는 진입장벽이 엄청 높다. 지금보다 더욱 열심히 노력해서 자리를 확실하게 잡은 다음에야 (아들이) 한국무대에 설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1990년 7월24일생인 대니 리는 US 아마선수권에서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가 지니고 있던 대회 최연소 우승기록(18세 7개월 29일)을 6개월 29일 앞당기며 정상에 올랐다. 이 대회 우승으로 대니 리는 내년 6월초에 열릴 예정인 US오픈에서 대회 전통에 따라 올해 US오픈 우승자인 ‘우상’ 타이거 우즈와 1, 2라운드 동안 같은 조에서 경기를 하게 됐다.
대니 리는 ‘골프 신동’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다. 물론 선수 당사자의 엄청난 노력과 부모의 정성어린 뒷바라지가 ‘어린 나이에 아마추어 골프계에서는 이룰 것은 다 이루었다’는 평판을 듣게했지만, 타고난 자질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요인.
한국에서 초등학교 2학년 때 이미 국가대표상비군에 뽑힐 정도로 탁월한 골프 재능을 지녔던 대니 리는 중학교 1년 때 상비군대표를 반납하고 본격적인 골프 수업을 위해 부모와 함께 뉴질래드로 이민을 떠났다.
대니 리는 뉴질랜드에서 각종 대회 ‘최연소’ 기록을 모조리 갈아치웠다. 14살 때 뉴질랜드 캠브리지 클래식을 제패, 첫 성인무대 신고를 마쳤고 그 후 메이저 4개대회에서 차례로 우승했다. 현재는 뉴질랜드의 ‘스포츠 대사’로 임명돼 있고 뉴질랜드 매스컴은 연일 대니 리에게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며 자랑스러운 인물로 찬사를 퍼붓고 있다.
US아마선수권대회에 앞서 대니 리는 이 대회에 버금가는 권위를 지닌 웨스턴아마선수권대회를 제패, 가 선정한 세계아마골프랭킹 1위에 올랐다.
-내니 리의 우승을 축하한다. US 아마선수권은 어떤 대회이며 무슨 의미를 갖는가.
▲세계 최고의 역사와 전통, 권위를 지닌 대회이다. 매년 7월이 되면 내노라하는 아마추어 선수들이 미국으로 몰려든다. 1만 여 명의 선수들이 예선을 거쳐 300명으로 추려서 본선무대에 서는데 2라운드에서 64명으로 압축해서 매치플레이(토너먼트)로 우승자를 가리기 때문에 그야말로 멀고 험한 길이다. 그 대회에서 대니가 우승한 것이다.
그 대회 우승자는 PGA 대회에 메이저인 마스터스, US오픈, 브리티시오픈을 포함해 12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 전통에 따라 내년 US오픈에는 올해 우승자인 타이거 우즈와 대니가 1, 2라운드에 동반 라운딩을 한다.
-대니가 우승한 후 어떤 변화가 있는가.
▲대니의 우승 소식은 뉴질랜드 방송이 정규뉴스 시간에 보도할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대회 후 세계적인 스포츠 매니지먼트사인 IMG를 비롯 유수의 업체들이 전속 계약을 맺자고 제의가 들어왔다(IMG에는 타이거 우즈를 비롯 최경주 등이 소속 돼 있다). 어느 회사가 대니의 장래에 도움이 될 것인지 신중하게 검토해서 결정할 참이다. 필 니켈슨이나 마이클 캠벨 같은 세계적인 유명 프로골퍼들이 동반 라운딩 제의를 할 정도로 호응을 받고 있다.
-대니 리가 이렇게 성정한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출세한 한국인 골퍼들의 뒤에는 그 부모가 억척스레 뒷바라지해 왔다는 공통점이 있는 것같다. (대니 리의 어머니 서수진(42) 씨는 골퍼 출신이다)
▲‘머신’소리를 들을 정도로 기복이 없다. 성격이 대범하고 대담하다. 그래서 US아마선수권 같은 큰 무대에서도 주눅들지 않고 잘 하는 것같다. 항상 웃고, 사인도 척척 잘 해준다. 기자회견장에서도 조크를 잘 해서 기자들이 폭소를 터뜨리곤 한다. 뉴질랜드로 간 다음 4년 남짓 아내와 함께 따라다니면서 뒷바라지를 해 왔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다. 1년반 전부터는 일일이 따라다니지 않고 홀로서기 훈련을 시키고 있다. 혼자 살아 남는 법을 배우고 있는 셈이다. US 아마선수권 때도 안따라갔다. 아시다시피 골프는 심리적인 압박을 맏으면 한뼘만한 거리도 (홀컵 안에) 못넣는다. 성적이 쉽게 안나는 운동이기도 하다. 아무리 답답해도 참고 기다리는 인내심이 필요한 운동이다.
-어차피 프로로 전향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 시기를 언제로 잡고 있나.
▲내년 6월초 US오픈 대회를 치른 뒤 전향 시킬 계획이다. PGA 벽은 엄청 높아서 더욱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된다. 3년간 PGA 무대에서 성공한 다음에 한국 무대에 서도록할 생각이다. 앞으로 한국에서 벌어들이는 상금은 불우이웃 돕기에 쓰도록할 작정이다. PGA에는 ‘인간이 할 수 없는 기술을 보유한’ 선수들이 수두룩하다. PGA에 설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다. 최경주 선수도 그만큼 위대하다. 대니가 앞으로 PGA에서 자리를 잡자면 3년은 걸릴 것으로 본다.
대니 리는 오는 11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HSBC대회(PGA 투어)에 초청을 받아 특별 출전할 예정이다. 본격적인 프로 무대 수업을 시작하는 셈이다.
세계 아마골프 최정상에 우뚝 선 대니 리가 타이거 우즈를 뒤를 이어 세계 프로골프 황제 자리를 물려받을 수 있을 지, 세계 골프계가 이 신동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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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US오픈 우승자인 뉴질랜드 출신 마이클 캠벨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대니 리의 모습.
갤러리들의 사인공세에 휩싸여 있는 대니 리.(사진 제공=대니 리의 부친 이상주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