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1시30분 부산국제영화제 첫 공식일정이 시작된 부산 해운대의 메가박스 상영관. 개막작 '스탈린의 선물'의 기자 시사 및 회견이 열린 곳이다. 영화제 개막을 알리는 플래카드가 곳곳에 내걸려 축제 분위기를 돋웠지만 정작 상영관 주위는 썰렁하다 못해 찬 바람이 불었다. 이날 갑작스런 여배우 최진실의 비보로 인해 상당수 취재진이 서울로 발걸음을 돌렸기 때문이다. 개막작은 카자흐스탄의 기대주 루스템 압드라쉐프 감독이 1949년 스탈린 지배 하의 소련 변방을 배경으로 찍은 '스탈린의 선물'. 영화는 스탈린 독재가 한창이던 시절, 구 소련 정부의 소수민족 강제이주 정책이 몰고온 비극을, 한 소년의 눈을 통해서 눈물 나도록 정겹고 서정미 넘치는 화면으로 뽑아낸 수작이다. 그럼에도 200석 규모의 상영관은 빈 자리가 곳곳에 널려 있었고 압드라쉐프 감독과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그리고 누르주만 익팀바에프 등 주요 출연진이 참석한 기자회견에는 소수의 기자들이 참석했다. 국내 언론보다 외신 기자 수가 더 많아 보일 정도였다. 기자 시사 전후로 여기저기서 들려나오는 이야기의 상당 부분은 최진실의 사망과 관련된 내용이었고 일부는 일정을 앞당겨 귀경 차편을 알아보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부산국제영화제측은 지난해 개막식 때 엔니오 모리코네를 푸대접한 것 아니냐는 의혹 제기로 곤욕을 치른데 이어 다시 한번 악재를 만났다고 울상을 지을 일이다. 단지 취재진의 숫자가 줄어든 게 아니고 개막식 레드카펫을 밟기로 했던 톱스타들 가운데 몇몇은 조문 등의 이유로 참석을 재고하는 바람에 대책 마련이 시급했다. 그러나 국민요정으로 불렸던 최진실의 사망으로 인한 축제 분위기 냉각을 걱정하기에 앞서 부산국제영화제가 마땅히 해야할 일이 있다. 최진실은 1995년 '마누라 죽이기'로 대종상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여배우다. TV 드라마에서 더 이름을 날렸지만 '미스터 맘마' 등 다수의 흥행작을 낸 톱스타임에 분명하다. 그런 최진실이 한창 연기할 나이에 유명을 달리한 건 한국영화계에 큰 손실이자 비극이다. 아시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부산국제영화제가 개막식 날 유명을 달리한 한 여배우를 추모하는 시간을 준비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mcgwire@osen.co.kr 고인이 된 최진실과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스탈린의 선물' 기자회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