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경기 외적으로는 바람잘 날이 없었다면 경기 내적으로는 실책잘 날이 없었다. 페넌트레이스 종료를 눈앞에 둔 시점에서 히어로즈가 안팎에서 내홍에 시달리고 있다. 이미 박노준 전 단장이 사임한 가운데 7위로 일찌감치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된 팀의 경기력도 실망스럽다. 박 전 단장이 공식사임한 지난 2일 목동 두산전에서 히어로즈는 무려 4개의 실책으로 자멸하며 3-16의 굴욕적 대패를 당했다. 4개 실책 모두 실점으로 연결됐다. 이로써 올 시즌 123경기에서 히어로즈의 실책은 99개로 불어났다. 현대 유니콘스를 모태로 창단한 히어로즈는 4월초 잠깐 돌풍을 일으킨 것을 제외하면 올 시즌 내내 하위권에서 맴돌며 이렇다 할 주목을 받지 못했다. 지난해 6위를 차지한 현대는 56승1무69패로 승률 4할4푼8리를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 히어로즈는 순위가 7위로 한 계단 떨어진 데다 48승75패로 승률은 4할도 되지 않는 3할9푼이다. 경기 내적으로는 불펜의 연쇄 붕괴와 약화된 중심타선이 추락의 우선적인 요인으로 지적된다. 하지만 빼놓을 수 없는 추락 요인이 바로 수비다. 올 시즌 최고의 '돌글러브' 팀이 다름 아닌 히어로즈이기 때문이다. 히어로즈는 99개의 실책으로 이 부문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다. 최소 실책의 한화(61개)보다 38개나 더 많은 실책이다. 남은 3경기에서 실책을 하나라도 더하면 지난 2003년 현대(101개) 이후 5년 만에 한 시즌 세 자릿수의 팀 실책을 기록하게 된다. 2003년은 지금보다 7경기 더 많은 133경기 체제였다. 올 시즌 히어로즈의 수비는 극악이었다. 내야수 황재균이 무려 17개의 실책을 저질렀고, 유격수로 뛴 강정호도 13개의 실책을 기록했다. 두 자릿수 실책은 두 선수뿐이지만, 정성훈(9개)·강귀태(7개)·이택근(6개)·유재신(5개)·이숭용(5개) 등 무려 19명의 선수가 1개 이상 실책을 기록했다. 8개 구단 최다선수 실책이다. 내야뿐만 아니라 홈플레이트를 지키는 포수와 외야 라인까지 좌우사방이 고속도로 터널처럼 뻥뻥 뚫렸다. 실책이 미친 영향도 최악이었다. 99개의 실책 중 67개가 실점으로 연결됐는데 만만치 않은 돌글러브를 자랑하는 롯데도 92개 실책 중 60차례 실점으로 히어로즈에는 못 미친다. 실책이 결승점이 된 경우가 13차례에 달한다. 이 역시 리그에서 가장 많다. 7회 이후 3점차 이내 접전에서 터진 실책도 정확히 20개나 된다. 물론 의심의 여지없이 이 부문에서도 리그 1위. 히어로즈는 비자책점도 54점으로 롯데(65점) 다음 많은 팀이다. 히어로즈 선장 이광환 감독은 시즌 내내 빠른 발을 지닌 선수가 없어 득점루트가 극도로 제한된 것에 답답함을 표시했다. 그러나 경기 내적으로 히어로즈의 경기 내적으로 가장 큰 문제는 실책이었다. 유독 중요한 경기에서 이른바 클러치 에러가 많은 롯데에 가려있었지만 올 시즌 최고의 돌글러브 팀은 의심의 여지없이 히어로즈였다. 경기 외적으로나 내적으로나 기본이 부족했던 히어로즈로서는 변화와 훈련으로 실책 줄이기에 나서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