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의 꽃은 개막작 상영이다. 2일 막을 올린 부산국제영화제(PIFF)도 그렇다. 올해 개막작의 영광은 루스템 압드라쉐프 감독의 '스탈린의 선물'이 안았고 역대 최단시간 매진 기록을 세웠다. 그래서 톱스타들의 레드카펫과 개막식, 개막작 상영으로 이어지는 부산영화제 첫 날 입장권은 늘 품귀 상태다. 2일 부산 해운대구 수영만요트경기장에서 열린 개막식 티켓도 일찌감치 매진된 까닭에 장당 1만원인 입장권이 개막을 한 시간여 앞둔 오후 6시30분께는 6만원 암표로 거래되기까지 했다. 국내외 수많은 스타들이 이날 부산을 찾았고 관객 환호 속에 레드카펫을 밟았다. 명품 드레스와 수트 차림으로 단장한 이들이 객석 한 가운데 마련된 무대를 지나갈 때마다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지고 카메라 플레쉬 세례가 터졌다. 스타의 반열에 오른 자신의 위상을 확인하고 만끽하는 순간임에 틀림없다. 레드카펫의 잔영이 워낙 강렬하고 환상적인 때문일까. 정진영 김정은의 사회로 진행된 30여분의 개막식이 불꽃놀이와 함께 "개막작 상영 전까지 15분 장내 정리시간을 갖겠다"는 멘트로 마무리되자 스타들은 황망히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초대형 야외 스크린 바로 아래에 위치한 초청 게스트와 배우석은 순식간에 썰렁한 분위기로 바뀌었고 개막전 상영 직전에도 빈 자리 대다수는 채워지지 않았다. 고생 끝에 입장권을 구해서 개막식을 찾은 관객들의 일반석이 빈틈없이 빼고하게 들어찬 것과 대조를 이룰수 밖에 없는 상황. 개막작 '스탈린의 선물'이 국내에 생소한 카자흐스탄 영화인데다 지명도가 높지 않다는 것도 스타들의 빠른 탈출에 한 몫을 했다. 지난해 중국의 블록버스터 전쟁영화 '집결호'가 개막작으로 상영됐을 때보다 빈 자리가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 1949년 스탈린 독재 아래의 구 소련을 배경으로 인종과 연령을 초월한 사랑을 정겹게 그려낸 수작 '스탈린의 선물'은 결국 썰렁한 VIP석과 꽉찬 일반석의 양면성 속에 부산 하늘을 수놓았다. 이어 밤 늦게 해변가 그랜드호텔에서 개최된 개막식 리셉션. 개막작을 생략했던 스타들은 다시 한번 호텔 정문으로 몰려든 팬들을 뚫고서 파티에 참가하는 성의를 보였다. 자신의 작품이 만약 개막작으로 뽑혔다면 어땠을까. 개막식이 끝나자마자 후다닥 자리를 떠버리는 동료 배우들에게 섭섭하고 서운했을 게 분명하다. 출연진을 이끌고 멀리 카자흐스탄에서 부산을 찾아온 압드라쉐프 감독이 "생애 최고의 순간"이라며 감사를 전했던 인삿말을 무색하게 만든 부산국제영화제 첫 날 옥의 티였다. mcgwir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