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최진실’, 세상을 향해 던진 그녀의 목소리들
OSEN 기자
발행 2008.10.04 08: 12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짧은 생을 마감한 ‘대중의 꽃’ 최진실(향년 40세)은 생전 수많은 작품과 CF 속에서 항상 친숙한 얼굴로 우리 곁에 존재했다. 최진실의 등장을 세상에 알렸던 모 가전제품의 CF에서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라고 외쳤던 그녀는 그 이후에도 끊임없이 세상을 향해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 TV CF의 카피에 불과하긴 했지만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이라는 이 말은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지던 시기와 맞물린다. 1988년 무렵 서울올림픽 이후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여성들의 활동 범위가 넓어지면서 가정에서의 아내의 목소리도 높아지던 시기다.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이라는 카피는 여전히 보수적인 남성 중심의 세계관에서 출발하고는 있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자신감이 넘치는 주장이다. 여성의 사회적 기능이 가정주부에 머무르고 있기는 하지만 그 속에서도 남자들을 움직일 수 있다는 매우 진취적인 발상이 담겨 있다. 트렌디 드라마의 개척 1992년에 나온 드라마 ‘질투’는 트렌디 드라마라는 영역을 개척하면서 이 장르가 10년 아성을 이어가는 원동력이 됐다. 젊은이들의 신선하고 명랑한 사랑이야기들은 한결 자유로워진 사회분위기와 맞물리면서 안방 드라마의 커다란 틀을 만들어 갔다. 2000년대 초반까지 이어진 트렌디 드라마 열풍은 최진실을 비롯해 수많은 청춘스타들을 탄생시켰다. 빠르면 10대 후반, 늦어도 20대 초반에 이미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자리잡으면서 한 시대를 이끄는 아이콘이 됐다. 세기의 결혼과 이혼 프로야구 선수 조성민과 최진실의 결혼은 슈퍼급 스포츠 스타와 연예 스타의 결합이면서 동시에 연하남-연상녀의 조합이기도 했다. 2000년 결혼해 4년밖에 이어가지 못한 불행한 결혼생활이기는 하지만 2008년 거세고 불고 있는 ‘연하남 신드롬’은 이미 최진실-조성민 커플 때부터 무르익고 있었다. 2004년 이혼과 2005년 ‘장밋빛 인생’으로 재기하는 과정에서는 당당한 ‘싱글맘’의 모습을 보여줬다. ‘싱글맘’이니 ‘돌아온 싱글’이니 하는 생소한 단어들은 최진실과 그녀의 작품들로 인해 보편성을 얻어갔다. 자녀 성씨를 바꾼 당당한 싱글맘 지난 1월 말 최진실은 법원에서 개정 호적법에 따른 ‘성과 본의 변경 심판’을 받아 자녀들의 성씨를 자신의 것인 최 씨로 바꿨다. 호적법이 개정된 이후 그 법의 집행을 적용한 가장 대중적인 인물이 되어 법의 효력을 몸으로 실천해 보였다. 당시 최진실은 MBC ‘시사매거진 2580’과의 인터뷰에서 “아이들을 키우는데 불편함이 많았다. 아이들에게 엄마 아빠가 이혼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설명해 주고 성을 바꾸는 것을 이해시켰다. 부모의 한 쪽이 없다는 것을 빨리 잊고 상처 없이 크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고 말했다. 자살로 보여준 ‘불명예’의 고통 고인이 세상을 향해 던진 마지막 메시지는 ‘명예와 불명예’에 관한 것이었다. 인터넷이라는 익명성 뒤에 숨은, 타인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이 얼마나 위험한 행위인지를 몸으로 보여줬다. 최진실 자살 사건은 그래서 그녀 개인의 일로 머무를 것 같지가 않다. 이미 국회에서는 ‘최진실법’이 논의 중에 있고 인터넷에서의 명예 보호는 뜨거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의 연예인 사건 사고에서 일부 시작된 현상이기는 하지만 최진실 자살 사건의 경우 네이버 다음 네이트 등 대형 포털사이트들이 댓글쓰기를 중지함으로써 ‘최진실 자살 사건’이 몰고 올 사회적 파장에 대비하고 있었다. 대중의 별로서 화려한 20년을 산 최진실, 그녀의 굵은 삶의 흔적들은 이처럼 사회적 에너지가 되어 오래도록 남아 있을 것이다. 100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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