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손남원의 연예산책]시청자의 욕과 짜증을 먹고 쑥쑥 자라는 뻔하고 뻔한 안방 드라마의 전형이었다. 5일 104회로 막을 내리는 SBS 주말극 '조강지처클럽' 얘기다. 이 드라마는 재벌 남과 서민 녀의 신데렐라 사랑, 고부간의 숨 막히는 갈등, 이복형제나 자매의 심하게 엇갈린 인생 등 한국 드라마의 단골 소재 가운데 단 한 개만을 골라서 집중적으로 파고 들었다. 바로 불륜이다. 이를테면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에서 양아치 유오성이 인질로 잡은 주유속 직원들을 앉혀놓고 "패싸움을 할 때는 무조건 한 놈만 붙잡고 끝까지 팬다"고 요령을 말하던 것과 같은 이치다. '조강지처클럽'은 정말로 한 눈 한번 팔지않고 죽도록 불륜만 팼으니까. 결과적으로 '조강지처클럽'의 불륜 올인 전략은 성공했다. AGB닐슨의 조사결과 평균 24%대의 높은 시청률을 유지했고 KBS '엄마가 뿔났다'에 역전되기 전까지 80회 안팎에서는 최고 시청률 40%로 드라마 정상의 자리에 앉았다. 이 드라마의 불륜 얘기는 거의 판타지 수준이고, 불륜 탐구는 킨제이 보고서를 떠오르게 할 정도다. 아내와 불륜녀를 한 집에 들여놓고 사는 조선시대 스타일의 가장부터, 불륜녀와 조강지처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우유부단형, 남편 불륜에 맞바람으로 맞서는 열혈녀까지. 당초 50회로 기획됐던 드라마는 의외의 선전에 힘입어 80회로 늘었고 시청률 대박까지 터지자 결국 104회 종영의 신화를 썼다. 한 번으로 끝났을 불륜과 화해가 계속 질질 끌면서 반복되고, 불륜남들에 대한 천벌이 끝없이 이어진 배경에는 드라마의 무한 연장이 한 몫했을 게 틀림없다. 드라마 제작진과 작가는 언론매체와의 각종 인터뷰를 통해 '권선징악으로 불륜의 폐단을 고발했다'는 드라마 취지를 알렸지만 시청자 반응은 달랐다. '불륜을 조장하는 막장 드라마'라고 원성을 보내면서도 시청률은 떨어질줄 몰랐으니 제작진의 이중 전략은 제대로 들어맞았다. 결말에 대한 논란도 분분하다. 한 시청자는 '길억과 복수는 옛날에 합쳤어도 되는 이야기다. 이별여행이니 뭐니 해서 짜증만 나게 만들더니 마지막에 후다닥 결혼시키고 정작 화신과 세주는 열린 결말이라니 황당하다'고 울분을 토로했다. '조강지처클럽'은 나화신 역의 오현경, 한복수 역의 김혜선, 이기적 역의 오대규, 길억 역의 손현주 등 젊은 스타 없이 중견 연기자들만을 갖고서 흥행에 성공함으로써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mcgwir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