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10대의 나이를 넘어 20대의 건장한 남자라면 눈물을 흘리기가 쉽지 않다. 눈물은 마음 깊은 곳을 울리는 감정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눈물을 흘리는 이를 보면 가슴 한 쪽이 아려서 자신도 모르는 순간 같이 눈물을 흘리곤 한다. 그렇다면 20살의 청년인 박재영은 무엇때문에 눈물을 흘렸을까. 박재영의 눈물을 지켜보던 팬들도 함께 울 정도로 그의 눈물에는 이제까지 보낸 시간에 대한 작은 보상의 의미가 담겨있었다. 지난 4일 저녁 양대 메이저 대회 중 하나인 MSL이 열린 서울 문래동 룩스 히어로센터. 진영수 민찬기 정명훈 등 최근 잘나간다는 테란 선수들이 분주하게 경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들 외에 프로토스 선수 한 명이 같이 경기 준비를 했지만 전문가들과 팬들도 그가 32강 관문을 넘어설것이라는 기대는 할 수 가 없었다. 아니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다라는 말이 맞을 것이다. 바로 KTF 소속의 박재영이었다. KTF를 몇차례 다녔던 기자도 겨우 기억해낼 정도로 그의 존재감은 사실 너무나 미약했다. 경기 전 박재영을 상대로 기자는 "지금이 기회"라는 말로 용기를 심어줬지만 박재영의 16강 진출을 기대하지 않았다. 얼마전 박재영의 소식팀 KTF는 국가대표 저그 박찬수를 영입하며 KeSPA 랭킹 1위 이영호와 4위 박찬수가 버티는 강력한 원투펀치를 구축했다. 남부러울 것 없는 원투펀치 체제를 갖춘 KTF지만 프로토스 라인에 축이 될만한 선수가 없다는 것이 고민이었다. 과거 박정석 강민 김동수 등 초특급 프로토스 선수들이 버팀목이 됐던 시절에 비교하면 프로토스 라인의 에이스인 이영호는 존재감이 약하고 기대주 우정호는 성장속도가 둔화되며 핵심 전력이 되기에는 아직 거리감이 있는 것이 사실. 유일하게 박재영이 메이저 대회 중 하나인 MSL에 진출했지만 전문가들도 'KTF에는 프로토스가 없다'에는 혹평으로 그의 대한 기대는 사실 크지 않았다. 그런데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패자조로 밀릴 당시만 해도 의례 떨어지는 순서일거라고 생각했는데, 전략적으로 치밀하게 들어온 상대의 공격을 막아내고 최종전으로 올라가더니 16강 진출이 걸려있는 마지막 경기서는 뱃심 두둑한 경기력으로 MBC게임의 간판인 민찬기를 상대로 완승을 거두며 16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모두의 예상을 비웃듯 32강 관문을 돌파한 그는 얼굴을 감싸안으며 승리를 기뻐했다. 눈시울이 붉어질 정도로 값진 승리였다. 그의 이런 모습에 경기를 지켜보던 팬들도 함께 울었다. 2008년 상반기 한국e스포츠협회 발표가 프로게이머 숫자는 432명. 이 중 스타크래프트 게이머 숫자는 250명이 조금 넘는다. '황제' 임요환을 꿈구며 내일을 향해 달려가지만 '최고의 선수'만이 빛나는 현실은 모두에게 웃어주지 않는다. 2007년 3월 전반기 드래프트를 거쳐 들어온 박재영 역시 최고의 게이머를 꿈꾸는 일인 중의 하나였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18개월 시간. 박재영은 묵묵히 훈련에 임하며 치열한 경쟁의 관문 중 또 하나를 넘어섰다. 박재영은 "처음 프로게이머를 시작할 때 김동수 박정석 강민 선배를 이어 프로토스 명가였던 KTF를 빛내는 선수가 되겠다는 각오를 밝힌적이 있다.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팬들의 가슴에 남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박재영의 말대로 이제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그가 눈물을 흘렸던 초심을 잃지 않는다면 바라는 꿈을 머지않아 이룰 수 있을거라고 기대한다. OSEN 고용준 기자 scrapper@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