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를 찾기 힘든 발전상이다. 김현수(20. 두산 베어스)의 2008시즌은 '놀라움'의 연속이었고 그의 방망이는 포스트 시즌을 겨냥하며 매섭게 불타고 있다. 올시즌 3할5푼7리(1위, 5일 현재) 9홈런 89타점(5위)을 기록하며 데뷔 3년 만에 잠재력을 유감없이 떨친 김현수는 최다안타(168개), 출루율(4할5푼4리) 부문서도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후반기 34경기서는 3할9푼1리(133타수 52안타) 4홈런 31타점에 장타율 5할5푼6리로 정확성과 장타력을 겸비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코칭스태프 또한 한 목소리로 김현수의 활약을 높이 사고 있다. 김경문 감독은 "아직도 어린 (김)현수에게 더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은 무리다. 현수는 분명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 그 이상을 해내고 있다. 홈런이 상대적으로 적다고 아쉬워 할 이유가 없다"라며 그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김광림 타격코치 또한 "현수는 장차 거포로 커 나가야 할 타자다. 지금은 정확도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이 정도 해주는 것만으로도 엄청나다고 볼 수 있다"라고 밝히며 제자에 대한 대견함을 감추지 못했다. 당사자 김현수 또한 올시즌 활약상에 대해 크게 마음을 두지 않고 있다. "타이틀에 대한 욕심은 없었다. 그저 칠 수 있는 공이 들어오면 배트를 휘두르는 것이고 볼이 날아들면 다음 공을 기다리는 것 뿐이다. 홈런을 치겠다고 구질 하나를 노리고 들어가지도 않았다" 사실 김현수의 1군 발탁 배경은 타격 재능이나 배팅 파워가 아닌 튼튼한 몸에 그 이유가 있었다. 전력 분석을 맡고 있는 운영팀 유필선 대리는 "2006시즌 후 마무리 훈련 때 외야 수비 도중 딱딱한 펜스에 '쿵'하고 크게 부딪힌 후에도 별 탈 없이 툭툭 털고 일어난 것이 김현수다. 탁월한 내구력 덕분에 1군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라며 김현수의 1군 발탁 배경을 이야기했다. 지난 시즌 초반 김현수는 두산 팬들에게 가장 많은 비난을 받던 선수 중 한 명이었다. 당초 팀의 주전 좌익수로 기대를 모았던 유재웅(29)이 시범경기 도중 입은 발목 부상으로 전력에서 제외되자 그를 대신해 주전으로 나선 선수가 김현수였다. 김현수는 2007시즌 4월 한 달간 2할2푼2리 4타점의 성적으로 인해 팬들로부터 많은 비난을 사기도 했다. 김현수는 2007시즌을 돌아 보면서 "그 때는 생각이 많아서 공략이 쉬운 공을 기다리다가 좋은 공을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올시즌은 일단 머리 속에 그려 넣은 스트라이크 존에 공이 들어오면 휘두르고 보는 전략으로 갔다"라고 이야기했다. '단순함'이라는 전략이 오히려 더 좋은 결과를 낳은 것이다. 김현수의 일취월장하는 경기력과 습득력은 마치 만화 의 주인공 강백호를 연상케 한다. '천둥 벌거숭이' 같던 강백호가 엄청난 운동 능력과 천부적인 습득력을 발휘하며 뛰어난 파워 포워드로 성장하듯, 김현수 또한 타격 뿐만이 아닌 수비, 주루 측면서 놀랄만한 발전상을 선보이며 2008시즌 최고의 히트 상품으로 자라났다. 아직 20세에 불과한 김현수는 앞으로 때려내야 할 타구가 더 많은 타자다. 천부적인 체격 조건과 거침없이 정확한 스윙, 여기에 수비와 주루 측면서도 더 큰 발전 가능성을 지닌 김현수가 포스트 시즌서도 맹위를 떨치며 팀을 이끌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farinell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