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아! 20홈런' 한화 3루수 이범호(27)의 5년 연속 20홈런이 끝내 좌절되고 말았다. 이범호는 페넌트레이스 최종전이었던 지난 4일 대전 히어로즈전에서 4타수 1안타를 쳤지만 학수고대한 홈런 1개를 아쉽게도 추가하지 못했다. 결국 올 시즌을 19홈런으로 마감한 이범호는 지난 2004년부터 이어온 20홈런 행진을 4년 연속에서 멈춰야 했다. 프로야구 사상 6번째 5년 연속 20홈런이 기대됐지만, 아쉽게도 이대호(롯데)와 함께 이 문턱에서 좌절한 6번째 선수가 되고 말았다. 이범호로서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타율 향상에 목적을 두고 시즌을 준비했지만 홈런은 결코 떼려야 뗄 수 없는 트레이드마크였다. 야구의 꽃이 홈런이라면 이범호의 홈런은 한화의 꽃이었다. 이범호 본인도 "타율 향상이 우선 목표였지만, 홈런도 20개는 치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타율도 2할7푼6리로 최소한의 목표로 설정한 2할8푼에는 조금 못 미쳤다. 게다가 지난 6월4일 광주 KIA전에서는 현역 최장연속경기 출장기록이 얄궂은 폭우로 615경기에서 마감되는 아픔도 있었다. 하지만 이범호에게는 잃은 것보다 얻은 것이 많은 시즌이었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고민이었던 타율이 2할4푼6리에서 2할7푼6리로 지난해보다 무려 3푼이나 올랐다. 한 방은 있지만 정확성이 떨어지는 공갈포 이미지를 씻기에 충분하다. 100경기 이상 출장한 지난 2002년 이후 가장 적은 50개의 삼진을 당한 것도 이범호의 타격이 얼마나 신중해졌는지 보여준다. 찬스에서는 변함없이 강했다. 득점권 타율 3할1푼5리로 데뷔 후 가장 많은 77타점을 쓸어담았으며 덤으로 득점(80개) 및 도루(12개)도 개인 최다 기록이었다. 결정적으로 이범호의 강점은 타격뿐만 아니라 수비에도 있었다. 올 시즌 125경기에서 실책이 한 자릿수였다. 단 7개밖에 되지 않았다. 8개 구단 3루수 가운데 유일하게 1000이닝이 넘는 1056⅔이닝 동안 수비하면서 최소 실책을 기록했다. 지난 2004년 유격수와 3루수를 넘나들며 무려 30개의 실책을 저지른 것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괄목상대라 할만하다. 이범호는 "3루수는 수비를 못하면 욕을 먹는 자리다. 수비는 야구의 기본이다. 수비를 잘한다는 칭찬이 제일 좋다"고 말한다. 올 시즌은 그만한 이유를 유감없이 보여준 한해였다. 장종훈 타격코치는 이범호에 대해 "요즘 선수들은 예전과 비교하면 많이 나약해졌다. 그런데 (이)범호는 다르다. 경기에 대한 집중력이 아주 뛰어나다. 앞으로도 범호는 전경기에 나오면서 더 잘할 수 있는 선수"라고 칭찬했다. 야구 외적으로도 남다른 리더십과 인정을 지녀 구단 안팎에서 칭찬이 자자하다. 군대에서 4주간 기초훈련을 받을 때 향도를 맡을 정도로 리더십이 뛰어나고, 초등학교 순회코치에서도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아이들을 가르친 선수가 바로 이범호였다. 구단 관계자들은 "나중에 지도자로도 성공할 것"이라고 말한다. 내년은 예비 FA가 되는 시점이라 더욱 큰 기대를 갖게 한다. 내년이야말로 꽃이 만개하는 해가 될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