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숲을 봐야지 가지만 봐서는 안된다". 올 시즌을 마친 후 사실상 경질이 확실시되고 있는 히어로즈 이광환 감독이 박노준 전 단장과 구단에 대한 여전한 애정을 내비쳤다. 이 감독은 5일 문학 SK전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적어도 야구인들은 이제 와서 박노준 전 단장과 히어로즈 구단 대표를 욕해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재정이 바닥난 상황에서 누구도 현대 구단을 살리려는 노력이 없었다. 히어로즈가 아니었으면 8개 구단 체제가 무너졌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게다가 500만 관중도 히어로즈 없이 7개 구단만 존재했다면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했다는 것. 특히 그 전면에 사임한 박노준 전 단장이 발로 뛰며 부지런히 노력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8개 구단은 있을 수 없었고 히어로즈 구단도 힘든 가운데서도 잘 버텨왔다. KBO 육성위원장 시절을 돌이켜 본 이 감독은 "당시 야구인들도 다 알고 있었지만 8개 구단 체제가 깨질까봐 얼마나 노심초사했는가"라며 "그런 가운데 박 전 단장과 지금의 히어로즈 대표가 아니었다면 꿈도 꾸지 못할 8개 구단 체제"라고 강조했다. 또 이 감독은 "박 전 단장이 많은 욕을 먹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사실상 첫 사회경험에서 다 잘 할 수는 없는 노릇인 만큼 시행착오를 겪는 것은 당연하다"며 "전체적인 숲을 봐야지 한 가지만 보고 그 사람의 잘못을 부각시키는 것은 정말 잘못된 일"이라고 덧붙였다. "야구팬들이야 그 절박했던 야구계 사정을 자세히 모르기 때문에 욕을 할 수 있다"고 말한 이 감독은 "그렇지만 적어도 야구계 종사자들 만큼은 그런 생각을 가져서는 안된다"고 다시 한 번 말했다. 시즌을 돌아본 이 감독은 아쉬운 마음도 털어놓았다. "지난 2월 선수 파악이나 연습도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즌을 맞았다"며 "시즌을 거듭하며 봄과 다른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강정호, 강귀태, 이현승 등 좋은 선수들이 많이 발굴됐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 감독은 "구단으로부터 아직까지 아무런 이야기가 없다"면서도 "좋은 인연으로 다시 만난다는 생각으로 물러나야 한다. 이제 안볼 것처럼 헤어지는 것은 안된다. 살아오면서 불교의 인연설을 많이 느꼈다"고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또 이 감독은 "나는 팀을 떠나도 괜찮다"며 "이제 팀이 그래도 자리를 잡았고 누가 오든 다시 하면 되니까 내 할 일은 다 한 것 같다"고 마지막 경기를 앞둔 소회를 털어놓기도 했다. 한편 이 감독은 이날 경기 전 SK 김성근 감독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이 감독은 포스트시즌 중 잡아놓았던 연습경기가 전면 중단된 데 대해 "죄송하다"고 말한 뒤 "내년에도 돈이 있어야 구단이 돌아갈텐데…"라며 팀에 대한 걱정과 애정을 드러냈다. letmeout@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