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더 이상 미운오리는 없다. 내년에는 이들이 잘해야 팀이 산다. 한화가 5위로 올한해를 아쉽게 마쳤다. 지난 3년간 가을잔치에 꼬박꼬박 나갔던 김인식 감독 체제에서 처음 맛보는 좌절이다. 하지만 좌절 속에서도 미래의 희망을 발견했다. 시즌 내내 미운오리였던 우완 유원상(22)과 내야수 이여상(24)이 한화 투타의 미래로 떠오른 것이다. 시즌 최종전이었던 지난 4일 대전 히어로즈전에서도 유원상은 6⅔이닝 4피안타 1볼넷 4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고 이여상도 4타수 2안타 1타점 1볼넷 1도루로 펄펄 날았다. 사실 두 선수 모두 시즌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기대에 한참 어긋난 모습으로 많은 아쉬움을 남겼었다. 류현진-정민철에 이어 제3선발로 시즌을 시작한 유원상은 노스트라이크 투볼로 시작하는 고질적인 제구력 난조와 자신감없는 피칭으로 뭇매를 맞았다. 한 차례 2군에 다녀오는등 8월까지 23경기에서 5승3패를 거뒀는데 방어율 6.41 WHIP 1.98 피안타율 3할1푼8리로 세부성적은 형편없었다. 이여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 4월4일 베테랑 포수 심광호와 맞트레이드돼 삼성에서 한화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이여상은 2군에서 타격왕을 차지하는 등 공수주 삼박자를 갖춘 유망주로 큰 기대를 모았으나 1군에서 혹독한 적응기를 꽤 오랫동안 보내야했다. 8월까지 77경기에 출장했지만 124타수 20안타로 타율이 겨우 1할6푼1리밖에 되지 않았다. 1군 투수들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두 선수 모두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한 9월부터 거짓말처럼 달라지기 시작했다. 유원상은 9월부터 실질적인 한화의 에이스로 맹활약했다. 9월 이후 선발·불펜을 가리지 않으며 9경기에서 승 없이 1패1홀드만 기록했으나 방어율(0.71)·WHIP(0.71) 모두 0점대였으며 피안타율도 1할3푼6리밖에 되지 않았다. 선발등판한 4경기 가운데 3경기에서 퀄리티 스타트로 선방했으며 불펜으로 등판한 5경기에서는 15이닝 동안 무자책을 기록했다.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았던 시즌 방어율도 4점대(4.66)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이여상도 9월부터 확 달라졌다. 9월 이후 17경기에서 49타수 16안타로 타율이 3할2푼7리였다. 9월 이후 한화 팀 내에서 가장 높은 타율이었다. 이 기간 동안 멀티히트를 5차례나 기록하며 9번 타자로 하위타순의 요새 역할을 해냈다. 홈런도 2개를 쳤고 도루도 5개나 해내며 호타준족의 면모도 유감없이 과시했다. 1할대로 마칠 것으로 보였던 시즌 타율도 2할8리까지 끌어올렸다. 2군 타격왕이 그냥 얻은 것이 아님을 온몸으로 입증해냈다. 한화 김인식 감독도 올해 가장 성장한 선수로 두 선수를 꼽고 있다. 답답한 플레이에 속에서 천불이 날 때도 있았지만 김 감독은 가능성을 보고 밀어줬다. 이들의 가능성이 곧 내년 시즌 한화의 전력과도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기 때문이었다. 당장 유원상은 류현진과 원투펀치를 형성해야 하고, 이여상은 군입대한 한상훈의 공백을 메워야 하는 중책을 안고 있다. 덜익은 티를 벗어내고 투타의 핵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유원상은 "내년에는 처음부터 잘 하겠다"고 의지를 다졌고, 이여상은 "한화를 꼭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고 싶다. 그냥 의례적으로 하는 말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