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치열한 미니시리즈, 너무 싱거운 주말극 ‘경쟁’
OSEN 기자
발행 2008.10.06 09: 16

지상파 방송 3사에서 내보내는 주중 미니시리즈와 전통적인 주말 드라마의 색깔이 확연하게 구분되고 있다. 고급스러운 완성도를 추구하는 주중 미니시리즈와는 상대적으로 주말 드라마는 가족극이라는 울타리를 더욱 탄탄하게 치고 있다. 우선 표면적으로 드러난 경쟁구도가 딴판이다. ‘베토벤 바이러스’(MBC), ‘바람의 나라’(KBS 2TV), ‘바람의 화원’(SBS)이 맞붙은 수목드라마처럼 어느 하나도 놓치기 아까운,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시장이 있는 반면에 ‘소문난 칠공주’ ‘행복한 여자’ ‘며느리 전성시대’ ‘엄마가 뿔났다’ 그리고 ‘내 사랑 금지옥엽’까지 이어가며 KBS 2TV에서 독점하고 있는 주말극 시장도 있다. 여기에 SBS에서 독주하다시피 하고 있는 주말극장-주말특별기획 시간대도 승부가 싱겁기는 마찬가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편성 시간대에 따라 드라마의 본질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수목 미니시리즈는 ‘시청률 황금분할’이라 불릴 정도로 각 드라마가 저마다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하며 고정 시청자층을 확보하고 있다. 김명민이라는 걸출한 배우와 장근석 이지아가 꾸미는 ‘베토벤 바이러스’는 감각적이고 상큼한 매력을, 사극의 달인 송일국과 정진영 이종원 등이 끌어가고 있는 ‘바람의 나라’는 대서사시의 장중한 매력을, 연기 잘하는 박신양과 국민 아이콘 문근영이 만들어 가는 ‘바람의 화원’은 애틋한 서정미를 발산하고 있다. 어느 하나도 놓치기 싫은 시청자들은 본방과 재방 스케줄까지 확보해 놓고 재미를 만끽하고 있다. 이에 비해 주말극 경쟁은 마치 오랜 기간을 거쳐 잘 다듬어진 수학공식을 보는 듯하다. 전체적인 구도나 기획보다는 배역의 첫 설정을 어떻게 잡느냐에 승부를 거는 인상이다. 세대 간 갈등이나 고부 갈등 같은 가족 내부의 갈등은 기본 뼈대이고 빈부격차가 불러오는 계층간 갈등은 여기에 덧붙여지는 살이다. 그리고 직업이니, 전문성이니 하는 나머지 장치들은 별 의미없는 액세서리처럼 가볍게 설치된다. 이런 형식이 반복되면 시청자들은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 어떤 드라마를 보더라도 ‘어디서 본 듯한’ 기시감을 느끼게 된다. 그 공식을 가장 잘 따르고 있는 집단이 KBS 1TV 일일드라마와 KBS 2TV 저녁 주말드라마를 만드는 이들이다. 지난 주말, 첫 회를 시작한 KBS 2TV ‘내 사랑 금지옥엽’이 대표적이다. 이 작품은 마치 ‘되는 주말 드라마’의 결합체 같다. 하청업체에서 극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들을 납품 받아 대규모 작업장에서 번듯한 완성품으로 조립하는 구조다. 이런 제작방식이 소위 ‘먹히고’ 있다는 현실도 화두를 무색케 한다. ‘내 사랑 금지옥엽’은 1, 2회 방송에서 20.7%, 22.3%(AGB닐슨미디어리서치 기준)를 기록했다. 실험적 시도를 불허하는 시청패턴이다. 주중 미니시리즈와 주말극의 이중 구조가 한국 드라마의 미래를 결정하는데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 듯하다. 100c@osen.co.kr 독특한 저마다의 색깔로 치열한 시청자 확보 경쟁을 펼치고 있는 수목드라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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