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로즈 초대 사령탑이었던 이광환(60) 감독의 도중 하차가 최종 확정됐다. 히어로즈 한 관계자에 따르면 이장석 대표는 지난 5일 SK와의 시즌 최종전이 열린 문학구장을 찾은 후 이 감독을 만나 "그동안 수고하셨다"며 예의를 갖춘 뒤 "앞으로도 우리 구단에 많은 조언을 부탁드린다"고 우회적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 감독은 "구단이 내년에도 잘 되길 바란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히어로즈는 전부터 새로운 감독 인선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지만 사실상 김시진 한국야구위원회(KBO) 경기운영위원이 유력한 것으로 보인다. 2년 동안 계약을 맺었던 이광환 감독은 1년만에 사령탑에서 물러난다. 하지만 히어로즈 구단은 2년간 계약금 1억 원, 연봉 1억 원 등 총 3억 원에 계약한 만큼 이광환 감독에게 내년 연봉 1억원을 지급할 예정이다. ▲의욕을 받쳐주지 못한 환경 이 감독은 지난 1989년 OB(두산 전신) 유니폼을 입고 처음으로 지휘봉을 잡았고 LG(1992년~1996년, 2003년)와 한화(2001~2002년)를 거쳐 올해 2월부터 5년만에 현장에 복귀했다. 그러나 결국 5번째 유니폼을 벗어야 했다. 오랫만에 돌아온 이광환 감독은 의욕이 넘쳤다. 무엇보다 지난 1994년 '신바람 야구'를 표방하며 LG를 한국시리즈 정상까지 올려 놓았던 기억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이 감독은 취임사에서 "메이저리그식 야구를 선보이겠다"며 "5회 이전에는 번트를 대지 않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시즌 중에도 "선수들이 모두 몸집을 줄인 마당에 나라고 더 달라고 할 수 있나"며 돈 문제에도 초월한 모습이었다. KBO 육성위원장, 여자야구연맹 부회장 등을 거쳤고 유소년 야구 발전에 관심을 보였으며 기술위원으로도 활동해 마당발을 과시했다. 그러나 창단 초기부터 일어난 각종 잡음은 이런 이 감독의 의지를 제대로 꺾어놓았다. 훈련 일정은 제대로 잡히지 않았고 선수단의 사기는 바닥을 기고 있었다. 올 시즌 50승 76패를 기록하며 최하위가 아니라 7위를 기록한 것이 다행이라고 여길 정도였다. ▲대우받지 못한 도중 하차 이 감독은 지난 2일 박노준 전 단장이 갑작스럽게 도중 하차하자 가장 충격을 받았다. 히어로즈로 이끈 제자였고 구단과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런 와중에 이번에는 갑자기 새로운 감독 선임과 관련된 소식으로 당황했다. 박 전 단장의 사퇴로 어느 정도 분위기를 파악하고는 있었지만 너무 급작스러웠다. 구단 고위층이 직접 감독에게 "물러나달라"는 말을 해야 하는 야구 관례에서도 벗어난 상태였다. 이 감독은 "이건 예의가 아니다"고 화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감독은 이내 "야구인이라면 박노준 전 단장과 히어로즈 구단 대표를 욕해서는 안된다"며 "어쨌든 8개 구단 체제로 올 수 있었던 것은 두 사람의 노력 때문이었다"고 넓은 아량을 보였다. 또 "나는 팀을 떠나도 괜찮다"며 "이제 팀이 그래도 자리를 잡았고 누가 오든 다시 하면 되니까 내 할 일은 다 한 것 같다"고 마음을 비운 듯한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letmeout@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