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이야기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는데 놀랐다". 히어로즈 제 2대 사령탑 김시진(50) 감독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이장석 히어로즈 대표의 옛날 야구이야기였다. 김 감독은 6일 오후 OSEN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무엇보다 이장석 대표의 이야기가 내게는 놀라웠다"며 "막상 이야기를 해보니 이 대표가 생각보다 야구에 관심과 애정이 많았고 그것이 마음을 굳히게 된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이 대표가 김 감독에게 들려준 이야기는 지금으로부터 27년전 프로야구가 출범하기 바로 직전인 198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최고의 인기는 고교야구였다. 당시 선린상고 박노준 히어로즈 전 단장이 슬라이딩 도중 발목을 다쳤고 팔색조 조계현(군산상고)이 슈퍼스타로 군림할 때였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인기가 없었던 것은 실업야구였다. TV 중계도 사실상 전무해 대학야구보다 인기가 없었다. 당시 실업야구는 10개팀이 전기와 후기로 나눠 풀리그를 벌인 후 각 우승팀이 맞대결을 펼치는 5전3선승제의 '코리언시리즈'를 벌였다. 전기리그 우승팀은 최동원을 앞세운 롯데 자이언츠였고 후기리그는 김시진과 장효조로 대표되는 경리단이었다. 경리단은 지금으로 따지면 상무. 당시 김시진은 대학졸업 후 포철 입단이 확정됐었다. 그러나 대학 4학년 때 한미대학야구선수권에서 어깨를 다쳐 결국 군대를 택했다. 경리단 에이스 김시진은 1차전에서 최동원과 맞대결을 펼치며 완봉승을 거두는 등 맹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최동원이 6경기에 모두 나온 롯데가 2패 뒤 3연승을 거두며 3승 1무 2패로 시리즈를 제패했다. 이 대표는 그 때 당시 동대문 구장의 관중석에서 '영건' 김시진의 피칭 모습을 직접 눈으로 지켜봤던 것이다. 이에 김 감독은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야구에 대한 열정이 무엇인지 이 대표가 알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대화를 하면서 이 대표가 알려진 것보다는 야구를 좋아하고 팀이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는 확신도 들었다. 조만간 메인스폰서 계약을 할 것이란 이야기도 들었다"고 신뢰감을 표시했다. 그 자리에서 3년간 총 8억 원(계약금 2억 원, 연봉 2억 원)의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김 감독은 "우선은 선수들에게 휴식을 줄 생각이다"며 "한 시즌을 마쳐 몸도 마음도 지쳤을 히어로즈 선수들에게 필요한 것은 훈련보다는 쉬는 것이다. 휴식도 다음을 위한 중요한 시작이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다시 감독으로 복귀할 수 있게 기회를 준 구단에 감사하다"면서 "지난 한 시즌 동안 야구장 밖에서 돈 주고도 못할 공부를 했다. 선수, 코치, 감독을 거치며 이기는 데 집중해 승부에만 집착, 경기의 다른 면을 지나친 경우가 많았는데 KBO 감독관 신분으로 보낸 지난 1년 동안 경기를 좀 더 냉정하게 살펴 볼 수 있게 됐다. 이런 점은 126경기를 소화해야 하는 프로야구에서 더 큰 밑그림을 그릴 수 있는 능력을 키우기에 충분했고 앞으로 감독 생활을 하는데도 큰 약이 될 것"이라고 스스로 평했다. 또 "히어로즈 선수들은 사실상 내 자식 같은 선수들이다. 나도 선수들을 잘 알고 선수들도 나를 잘 알기 때문에 빠른 시간 안에 팀을 정비할 수 있을 것"이라며 "히어로즈에는 현대시절 한국시리즈 우승은 물론이고 이기는 법을 아는 선수들이 있기 때문에 강도 높은 훈련을 통해 내년 시즌 다크호스로 주목을 끌어보겠다"고 목표를 설정했다. 무엇보다 관심을 모으고 있는 코치진 구성에 대해서는 "구단에서 코치 선임에 많은 힘을 보태겠다고 했고 기본적으로 구단과 상의해 결정하겠다"면서도 "코칭스태프의 생명인 팀워크와 지도력 등 다양한 평가 기준으로 구성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마무리훈련지는 마산 등 지방을 생각 중이지만 구단과 상의해 장소와 시기를 결정하겠다"며 "지금은 상대구단과의 연습경기보다는 휴식을 취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고 말해 포스트시즌 기간 중 SK나 두산과의 연습경기는 없을 것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 김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선임한 이 대표는 "이광환 초대감독께서 어려운 시기에 팀을 맡아 많은 수고를 하셨다. 특히 올 시즌 1.5군은 물론 2군 선수들을 경기에 투입하며 경험치를 올려 놓은 점은 선수구성에 큰 밑거름으로 작용 할 것이다. 그래서 계약기간을 채워 드리지 못해 죄송스럽고 해임 결정이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이 대표는 "김 감독 선임 배경에는 현재 선수들과 가장 호흡이 잘 맞고 단기간이 아닌 긴 안목으로 팀을 맡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새로운 사령탑이 선임된 만큼 선수단이 좋은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팬 여러분의 많은 지지와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시진 신임감독은 10일(금) 오후 목동야구장에서 취임식을 겸한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며, 취임식 시간 및 선수단 상견례는 추후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 letmeout@osen.co.kr
